[기고]금융안정과 '보이지 않는 손'

[기고]금융안정과 '보이지 않는 손'

김성화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
2006.10.16 12:21

"시장은 하나의 체계이며 그 자체의 법칙성을 가지고 있어 이기적인 인간이 자유롭게 경쟁을 하다 보면 나머지는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의해 최적의 상태로 조절된다”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담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오늘날 시장경제를 뒷받침하는 기본이론이자 정부의 규제나 개입을 반대하는 주된 논거가 되고 있다.

최근 판교아파트 당첨자 발표와 함께 9월 이후 주택담보대출이 다시 증가하면서 과열경쟁 및 대출금 급증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영자율성을 내세우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금융회사와 금융안정성 유지를 위해 리스크관리 강화를 요구하는 감독당국간 입장차이가 다시 한번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금융안정에도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일까?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각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경쟁하다 보면 금융안정은 자연히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일까? 아담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금융안정에는 그대로 적용되기 어려운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첫째, 아담스미스의 자유경쟁원리는 ‘효율성’은 보장해 줄지 모르지만 ‘안정성’을 담보해 주지는 않는다. ’효율성‘은 최소의 투입으로 최대의 산출을 이루는 자원의 최적배분을 목표로 하는데 비해 ’안정성‘은 수요 공급량 또는 가격의 불규칙적인 변동성을 완화하여 시스템의 불안요인을 최소화하는 데 주안점이 있다.

금융의 안정성이란 금융회사들이 경영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금융소비자들을 보호함으로써 금융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용되는 것을 말한다. 물론 ‘효율성’은 장기적으로 ‘안정성’에 기여할 수도 있겠지만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는 자유경쟁이 안정성을 동시에 보장해 주지 않는다.

헤지펀드 등 국제투기자금의 국경을 넘나드는 활발한 이동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는 기여할지 몰라도 국제자금수급의 안정성을 저해하고 환율의 변동성을 높인다는 데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둘째, 자유경쟁이론의 전제와는 달리 실제 경제활동에는 정보가 불충분할 뿐 아니라 비합리적인 집단적 행동(herd behavior)을 보이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3년의 카드사태였다. 어느 한 금융회사가 외형확대를 위해 무리하게 낮은 가격으로 금융상품을 공급하면 다른 회사들도 앞 다투어 가격을 낮추게 되고, 이러한 과열경쟁은 모든 금융회사의 경영상황이 악화되고 나서야 부작용이 인식되고 조정된다.

특히 일반기업과는 달리 금융회사의 부실화는 많은 예금주와 국민의 고통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선제적인 안정화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하겠다.

셋째, 자유경쟁이 안정성을 보장해 주지 못하는 이유로 시차(time lag)의 존재를 들 수 있다.

자유경쟁을 통해 수요와 공급이 조절되고 균형가격을 형성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특히 부동산은 수요요인이 복잡하고 수급조정에 장기간이 소요되므로 경제주체들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실제 문제를 인식하고 시정하는데 긴 시차가 존재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집값이 너무 올랐다거나 주택담보대출이 과도하다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때가 늦어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게 된다.

아담스미스의 자유경쟁원리는 우리 경제 및 금융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원리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저절로 금융안정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는 점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