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리스크]<3>약한 지배구조-우물안 경영-안일한 전략
삼성전자(179,700원 ▼400 -0.22%)가 맥을 못추고 있다. 증시가 잇따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며 1600 고지를 넘어섰지만 삼성전자는 상승고비마다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달 16일 60만원대가 무너진지 한달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올들어 기관들은 삼성전자를 대규모로 내다팔았다. 외인이 이를 매수하며 폭락을 가까스로 모면했으나 삼성전자에 대한 외면은 이제 추세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재평가론'을 제기했다. 지난 2005년까지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 달성을 이어가며 '황제주'로서 위용을 과시했으나 정점 이후 급격한 하락국면에 접어든 것이 아닌지 냉철하게 분석할 때라는 주장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실제로 삼성전자 재평가 작업에 동감하고 있다. 주가 약세가 단순히 수급 문제를 넘어서 구조적인 요인에 따른 것이라는 문제제기다.

◇위상 추락, 소외 장기화= 삼성전자의 위상 추락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시가총액 비중은 10.72%로, 2004년 4월(22.98%)에서 3년새 절반이나 줄었다. 코스피지수가 잇따라 사상최고가를 갈아치우고있는 가운데 삼성전자 주가는 60만원 아래로 떨어진 채 횡보를 거듭하고 있다. 소외가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해 1분기에 12%를 기록했던 영업이익률은 올 1분기 들어 8%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순이익률도 13%에서 11%로 낮아졌다.
장기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05년 20.4%에서 지난해 18.7%로, 올 1분기에는 14.3%로 내려앉았다. 총자산이익률(ROA)도 같은 기간 16.0%→14.6%→11.2%로 꺼졌다. 반면 하이닉스반도체의 올 1분기 영업이익률은 18%로 업계 최고 수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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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신뢰 회복이 관건=삼성전자가 직면한 리스크는 다양하다. △지배구조 △경영전략 △시장전략 등에서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 일가가 4%의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카드로이어지는 순환출자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이 전무가 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를 부당하게 인수토록 지원한 것은 지배구조 리스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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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자랑스럽게 이재용 전무의 '공'으로 거론하고 있는 S-LCD의 경우 그룹 안팎에서 논란거리가 됐었다.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전무(당시 상무)가 소니와 LCD 합작공장을 주도했고 상당수 경영진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철시켰다. 경영진은 '후계자'인 이재용 전무에 끝까지 맞설 수 없었다.
소니는 S-LCD 합작을 통해 커다란 이득을 챙겼다.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LCD 패널을 삼성전자와 '실시간'으로 공유하게 됐다. 공급 안정, 비교적 저렴한 가격은 덤이다.
경영·시장전략도 문제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자급자족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이렇다할 인수합병(M&A)를 추진하지 않았다. 당연히 신사업 개발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반도체 휴대폰 LCD 등 주력사업군이 워낙 잘 나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미래를 위한 씨앗뿌리기는 외면당했다.
이런 점에서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의 최근 행보는 의미심장하다. 인텔은 지난 1984년께 D램 시장에서 철수함에 따라 그동안 삼성전자와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낸드플래시와 P램(상변화 메모리) 등 메모리 부문을 강화하며 삼성전자와의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차세대 제품으로 육성하고 있는 첨단 제품군에 대한 기술개발과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 2005년 마이크론과 합작하며 낸드플래시 시장에 진출한 지 2년여만에 위협적인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반도체 부문에선 지금 세계적 차원의 합종연횡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엘피다와 대만 파워칩, 인텔과 마이크론테크놀로지, 하이닉스반도체와 대만의 프로모스 등은 생존능력 강화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워 '적과의 동침'을 선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리스크를 종합해 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며 "만약 삼성전자가 아니었다면 이처럼 결정적인 리스크들을 안고 있는 회사에 대해 장기 매수의견을 내는 증권사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