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가격 추이가 관건..."충분히 떨어졌다" VS "더 떨어지면 사겠다"
"한참을 내려갔다. 떠밀려 내려온 길인데, 생각보다 험하다. 여기가 바닥일까 싶지만 또다른 골짜기로 이어진다. 얼추 바닥에 다다른 듯 한데, 또다른 내리막길이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길이 낯설고, 생각은 많고… 언제쯤 옛날처럼 거침없이 산을 오르며 가슴을 쭉 펼 수 있을지…"(부활을 꿈꾸는 황제의 소회)
삼성전자를 놓고 시장에서 '바닥론'이 다시금 강력하게 나오고 있다. 반도체 가격, 특히 D램 가격이 상승으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D램 가격이 워낙 많이 떨어져 한계상황(현금원가 이하)에 이른 만큼 상승을 시도할 것이란 설레임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바닥론은 크게 두갈래로 나뉜다. △반도체 가격의 바닥, 그리고 △삼성전자 주가의 바닥이 그것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의 상승을 위한 핵심 변수로 반도체 가격의 상승을 꼽고 있다. 장기 소외되며 끊임없이 추락했다는 점에서 상승 반전을 확신할 경우 '하이킥'도 가능하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시장에선 이같은 기대를 바탕으로 "55만원대는 충분히 떨어진 것 아니냐"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를 방증하듯 21일 55만원선을 놓고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다.
◇주가 바닥은(?)=일부 비관적인 펀드 매니저들은 '50만원 초반대' 혹은 '40만원 후반대'를 얘기하고 있다. 이 정도 수준이면 그야말로 '떨어질 대로 떨어졌으니' 매수해도 별 탈이 없을 것이란 예측이다.
하지만 외면했던 삼성전자를 다시 보는 시선이 늘고 있다. 김준년 한국운용 주식운용팀장은 "55만원대면 적극 매수할 타이밍"이라며 "한국운용의 펀드 스타일상(거꾸로펀드는 가치주펀드의 성격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를 매입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가로 봤을 때 순자산가치가 역사상 최저 수준이어서 충분히 투자 메리트가 있다"며 "실적악화 우려에 따른 물량이 상당부분 주가하락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자산가치가 재차 부각될 경우 다른 펀드에서도 급속도로 편입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긍정 속 신중론도 나온다. 김형찬 KTB자산운용 수석펀드매니저는 "지금 시장참여자들은 반도체 가격추이를 놓고 매수를 고민하고 있는 중"이라며 "지지대가 깨지면 과민하게 반응하게 돼 있어 상승을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찍고 올라가며 실적 개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섣부른 예측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D램 가격, 과연 오를까=정창원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하락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D램 가격의 하락"이라며 "2기가 메모리 쪽으로 쉽게 넘어가지 않고 있는 PC업체들이 가격급락에 어떻게 반응할 지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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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만약 2기가 메모리를 채용하지 않는 분위기라면 최악의 경우였던 2001년의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며 "PC업체들의 저울질, 그리고 그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준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방향성 측면에서 보면 D램 가격은 2분기에 바닥에 이를 것"이라며 "가격하락이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인식이 시장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면 주가의 하방경직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D램 가격이 충분히 빠진 것인지, 더 빠질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김 애널리스트는 "문제는 D램 가격이 예상보다 더 떨어진 상태에서 다시 한차례 더 떨어짐에 따라 시장 우려가 그만큼 더 커졌다"며 "최악의 경우 D램 가격이 추가로 떨어지면 공급이 급속히 위축될 것이기 때문에 추가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수급여건 등을 감안할 때 향후 실적 향상과 주가 상승을 짓누를 수준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이에 비해 신중론도 여전하다. 이승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지금 가격이 저가라고 생각하지만 D램 가격 하락폭이 예상보다 커 당장 오르긴 힘들 것"이라며 "7월은 돼야 매수 타이밍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부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실적과 반도체 가격의 바닥을 놓고 신중론에 기울고 있다. "바닥이긴 하지만, 상승이 상당히 지연될 것"이란 견해가 대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