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이야기]변기통 부순 복분자, 다음은?

[술 이야기]변기통 부순 복분자, 다음은?

김지산 기자
2007.07.04 10:56

옛날 중국의 어느 노부부의 일화다. 늦게 얻은 아들이 병약해 산딸기를 달여 먹였더니 아들이 장성해 볼일을 보면 항아리가 엎어졌다.

아이가 없어 고생하던 또 다른 부부. 남편이 이웃마을에 볼 일을 보고 돌아오다가 길을 잃고 해매다 우연히 덜익은 산딸기를 먹게 됐다. 다음날 소변을 보는 데 항아리가 뒤집어지고 얼마 뒤 부인이 아기를 가졌다.

복분자의 효능은 이렇게 약간의 과장이 보태져 전해지고 있다. 전설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배우 차승원이 출연한 TV광고에서 복분자의 위력을 목격했다. 차승원이 일을 보면 전봇대가 쓰러지고 변기는 박살이 났으며 담벼락은 심하게 구멍이 뚫렸다.

복분자주를 마신 후 나타나는 현상을 은유적 인과관계로 형상화 한 광고 덕분에보해양조(432원 ▼4 -0.92%)가 만드는 보해 복분자는 일약 복분자주의 톱 브랜드가 됐다. 2005년부터 차승원이 출연해온 보해 복분자 광고는 점차 농도가 짙어지더니 지난해에는 광고 내용 중 일부가 성행위를 연상시킨다는 심의에 걸리기도 했다.

사실 보해가 복분자주 시장에 진출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2004년 처음 복분자주를 개발해 시장에 내놓은 것이 2005년 부산 에이펙 공식 만찬주로 채택되며 인지도를 높여 오늘날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보해에 따르면 복분자주 시장은 지난해 1000~1200억원 수준으로 올해 1500억원대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보해는 지난해 310억원(출고가 기준) 매출을 올리고 올해에는 50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숫자상으로 보면 국내 전체 복분자주의 3병 중 1병은 보해 복분자인 셈이다.

복분자 시장의 신출내기에 불과한 보해가 이 시장을 재패할 수 있었던 건 소주 경영에서 쌓은 조직력과 자금력 때문이었다. 건강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기여한 바도 적지 않다.

보해가 복분자주 시장에 진출했을 때만 해도 이 시장은 절대 강자도 약자도 없었다. 그나마 지금까지 브랜드 명맥을 유지하는 '선운산복분자 흥진'정도가 선두업체로 꼽힐정도였다.

20여개 업체들 가운데 상당수가 복분자주의 고장 선운산을 이름에 붙이다보니 그 술이 그 술 같았다. 보해는 과감히 사명을 앞세워 복분자주를 대중주로 끌어올리니 후발주자가 아닌 복분자주의 선구자처럼 인식돼버렸다.

비록 보해 복분자가 시장에서 성공했다고는 하나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복분자주는 남성을 위한 정력주정도로 인식되며 보신탕에 곁들이는 아저씨 전용 술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보해의 광고 여파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사실 복분자는 남성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좋은 음식이다. 복분자는 레드와인처럼 지방세포의 분화를 현격하게 감소시키고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여성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 같다.

또 쥐를 상대로 한 실험에서는 복분자를 먹인 암컷 쥐의 난소에서 5배의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발견됐다.

남성 주당만을 노린 광고 마케팅 전략은 와인의 고장 프랑스로까지 수출되는 복분자주의 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 보다 정확하고 폭넓은 정보를 세상에 알려야 복분자주가 서구 와인의 공습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복분자의 대표적 효능을 이용해 돈을 벌고 시장을 제패한 보해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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