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주식' 투자 나침반 바뀐다

'채권→주식' 투자 나침반 바뀐다

전병윤 기자
2007.07.06 09:01

[주가 2000시대,'큰손'이 온다]<2>연기금 "주식확대 대체투자"

"기금 수익자의 편안한 노후생활을 보장해 주려면 돈을 불려야 되는데, 요즘 같아선 주식투자 밖에 답이 안 나옵니다."

한 연기금 운용 담당자의 말이다. 그만큼 다른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얻기가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연기금 운용의 '주춧돌'이었던 채권은 수익률이 연 5%도 채 안 된다. 은행 정기예금은 물론 초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수익률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기금 운용을 안전자산인 채권투자에만 목을 맬 수 없는 상황이 수 년간 이어지고 있다. 연기금은 기금 운용의 활로를 찾기 위해 주식투자를 늘리는 한편 사회간접투자(SOC)나 부동산, 헤지펀드 등 대안투자에 적극 나서 자산배분을 통해 위험을 줄이는 운용 전략의 '판'을 다시 짜고 있다.

◆4대 공적연금 年수익 1%p 높이면 2조 불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4대 공적연금기금(국민·공무원·사학·군인연금)의 자산운용규모는 총 188조 5630억원으로 평균 5.8%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를 기준으로 4대 공적연금기금의 운용수익률이 연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약 2조원의 운용수익이 증가하는 셈이다. 따라서 기금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공무원연금은 지난해 금융부문에서 7.4%, 부동산투자로 9.7%의 수익률을 얻어 전체 기금운용 수익률 7.3%를 기록했다. 공무원연금의 운용 실적은 4대 연기금 평균 수익률을 1.5%포인트 웃돌아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우수한 '성적표'를 받은 원인을 살펴보면 채권투자를 줄이고 대안투자 확대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의 채권 투자비중은 42.6%로 국민연금(78.6%), 사학연금(55.2%)에 비해 낮은 반면 대체투자상품(3.9%)과 SOC(2.4%)투자 비중이 높았다. <표 참조>

특히 지난해 공무원연금의 SOC투자 수익률은 69.4%에 달해 전체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한방'을 했다. 김명길 공무원연금 자금팀장은 "'맥쿼리한국인프라스트럭쳐펀드'에 투자했는데, 이 펀드가 지난해 3월 코스피시장에 상장된 후 장내 매도해 높은 차익을 얻었다"면서 "부동산펀드와 기숙사를 지어 학교에 임대하는 'BTL'사업에도 투자해 높은 수익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군인공제회도 맥쿼리 인프라펀드에 2000억원을 투자해 3년새 1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냈다.

공무원연금은 운용자산 내 주식투자 비중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올해 주식투자 비중은 15.4%로 지난해 8.1%에 비해 대폭 늘렸다. 9명으로 구성된 자산운용위원회 중 7명이 증권 및 학계 등 외부전문가로 구성돼 있는데 지난해 말 올해 증시 전망을 밝게 보고 선제적으로 주식투자 비중을 공격적으로 늘린 점이 적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학연금, 헤지펀드에 5000억 투자 연 10%수익

사학연금도 주식투자 비중을 지난해 10.7%(금융자산 내 비중)에서 올해는 14.2%로 확대하고 채권은 71.7%에서 65.8%로 축소키로 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부진한 성과를 만회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사학연금은 2006년 총 7조4090억원의 자산 중 금융자산에 71%를 투자해 5.6% 수익률을 기록했다. 당초 목표치 6.1%보다 떨어진 성적이다. 비슷한 사업구조를 가진 공무원연금의 수익률(7.4%)과 비교하면 성과가 더욱 부진하다. 이는 지난해 주식과 SOC투자 수익률이 기대치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수익률은 상당히 좋다. 주식 직접투자는 5월말 현재 연초이후 수익률 37.48%에 달하고 자산운용사에 위탁 운용하는 주식 간접투자는 올해들어 30.46%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 22.96%를 크게 웃도는 양호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세우 사학연금 주식운용팀장은 "올해초 주식 포트폴리오를 대폭 수정해 개별 종목에 집중투자해 나가는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면서 "특히 수익성이 뒷받침되면서 자산가치가 높은 주식에 장기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학연금은 총 4개 펀드에 5400억원을 직접 운용하고 있다.

위탁운용은 400억원을 투자한 중소형주펀드가 연초이후 73.57%의 고수익을 내고 있다. 알리안츠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의 기업지배구조펀드에도 투자하고 있다. 이 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은 10.61%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운용 성격상 단기 고수익보다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사학연금은 헤지펀드 투자를 통해 기금운용의 안정성과 자산배분을 꾀하고 있다. 특히 채권투자 수익률이 연 4%대에 불과하지만 사학연금의 연초 이후 채권투자 수익은 연 7.48%에 달해 눈길을 끈다. 비밀은 해외 채권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김주일 사학연금 간접운용팀장은 "5000억원을 펀드오브헤지펀드에 투자해 연 10% 수익을 올리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전체 자산의 위험을 낮추고 수익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작년에 이어 올해 국내 채권시장이 어려워 해외 채권펀드 투자를 통해 활로를 찾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군인연금은 타 연기금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군인연금은 지난해 평잔 기준 2829억원을 부동산과 주가연게증권(ELS) 등에 투자해 6.2% 수익률을 기록했다. 비록 자산운용 규모가 작다 하더라도 금융상품별 목표 수익률을 정하지 않는 점과 전통적 투자자산인 주식·채권 투자를 안 하고 있어 자산배분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높아진 수익률 만큼 한층 투명한 자금운용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사이에서 회자되는 얘기가 있다. 연기금들이 시장상황과 무관하게 1개월 수익률이 떨어지면 자금운용을 맡긴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를 호출해 호통치기도 했다는 것. 물론 과거 얘기긴 하지만 그만큼 확실한 '갑을'관계를 무기로 벤치마크 대비 수익률을 고려하지 않았고 단기 평가했다는 얘기다.

연기금들도 이젠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정부 기관 뿐 아니라 시민단체로부터 기금 운용의 투명성을 견제 받고 내부 자정 노력을 기울이면서 투명한 운용체계와 운용사 평가 시스템을 마련했다.

김주일 사학연금 팀장은 "위탁 운용사의 성과평가는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펀드평가사인 제로인과 모닝스타와 공동으로 매년 1월과 7월에 실시한다"면서 "최소한 주식형펀드는 1년, 채권형펀드는 3년이상 장기 투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했다. 또한 연금운용위원회를 통해 운용의 자율권을 보장받고 직접과 간접운용의 비율을 동일하게 가져가는 것도 위험을 분산시키려는 노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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