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쌕쌕이'에 가려진 '터줏대감'

'쌕쌕이'에 가려진 '터줏대감'

오상연 기자
2007.07.10 11:49

[오늘의포인트]삼성전자의 컴백쇼 묻혔던 한전도 강세

증권가 은어도 여러가지다. 모찌는 증권회사 직원의 개인계좌, 마바라는 뇌동매매를 일삼는 투자자를 의미한다. 메사끼는 주식흐름을 재빨리 파악하는 감을 뜻한다. 종목 은어도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는 하닉, 삼성전자는 쌕쌕이다. 삼성전자의 약자가 SEC여서 그런 것도 있지만 제트기처럼 뜨면 빨리 난다고 하는 의미도 있다. '순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지만 말 속에 묘한 뉘앙스는 잘 살아있다.

최근 지난 주부터 '날았던'삼성전자(271,500원 ▲5,500 +2.07%)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장기간 소외됐다가 오랜 부진을 뚫고 시장을 주도하는 기세로 상승하니 ‘반도체’를 외면해 왔던 투자자들의 눈도 번쩍 뜨일 만 했을 것이다. 몸집도 크고 잘 생긴 놈은 조금 움직여도 잘 보인다. 삼성전자는 한 때 주식시장의 ‘황제’이자 ‘에이스’였다. (아직도 황제자리는 유효하다)

반면한국전력(44,700원 ▼350 -0.78%)은 좀 답답한 느낌이 드는 주식이다. 지수가 펄펄 날 때도 일정한 보폭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수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난 4월 이후부터 전일까지 17.3% (4월 2일 기준)의 상승률로 지수 상승세를 따라가지 못했다. 지수는 같은 기간 29.41% 상승했다. 시가총액 5위의 존재감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 연초만 해도 시총 16위에 불과했던 현대중공업이 국민은행을 위협하며 시총 3~4위로 상승한 것을 보면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전을 증권가 용어로 표현하자면 '터줏대감'쯤이 아닐까. 상장된 지도 오래됐고 90년대 중반까지는 부동의 시총 1위였다.

그런 한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6월 한 때 나흘 연속 상승세를 기록한 적이 있었지만 소폭에 그쳤고 5월 한 때 사흘간 총 8% 오르기도 했지만 다시 제자리 걸음으로 돌아가 “결국 돌고 도는 순환매를 받은 것”이라는 평가였다. 전일 4.42%까지 급등하며 지수 상승세에 불을 지핀 한전은 오전 11시 11분 현재 3.53%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수 1900을 앞두고 우리 주식시장 재평가가 진행된다면 기본, 기간 산업이라는 측면에서도 한전에 대한 재평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가가 한 단계 도약한다면 기본 산업에 대한 주가가 재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잖아도 전일 한전은 다양한 이슈거리를 쏟아냈다. 이원걸 한전 사장은 “예금보험공사가 매각을 추진 중인 자사지분 5.02%(1.3조원) 중 일부를 매입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예보의 매각 지분 물량이 시중에 흘러나오면 주가가 떨어질 수 있어 주가 관리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전 주가의 부진이 예보 보유 지분 매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있는 만큼 이같은 ‘불확실성 해소’는 앞으로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7월 중으로 마무리되는 본사 이전에 따른 자산가치 상승도 기대할 만하다는 평가다. 이 날 이은영 미래에셋 연구원은 “석탄가격 인상, 고리1호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연장 여부 불확실성으로 인한 실적 악화 우려감, 예금보험공사의 지분 매각 방침 등의 부정적 요인들은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전의 본사 부지 지가는 2조원에서 2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한전 자회사 등 공기업 연내 상장 소식도 한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증시 안정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 공기업 상장 1차 후보로는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한전KPS, 기은캐피털 등 3개사가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튀지 않고 묻혀있던 종목이 한전이다. 현재로써는 큰 매력이 없어도 끝까지 들고 있기에 믿음이 가는 종목이다. 황창중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회사의 유사한 회사들과 비교해 봐도 한전의 PBR은 0.6배로 상당히 낮은 상태”라며 “장기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한전의 이번 2분기 실적도 상당히 양호해, 단기적으로도 경쟁력 있다”고 말했다. 한전의 실적발표일은 8월초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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