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이어 호주산도 타격 불가피..새로운 대응책 나올듯
경기도 성남시 궁내동에 위치한 정육점 ‘더미트샵’. 육류 수입업체인 애그미트가 직영하는 이 매장은 지난달 23일 일찌감치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시작하면서 국내외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지난 12일 오후 4시. 아직 이른 시간이었는지 매장은 다소 한산해 보였다. 판매 초기 이틀 만에 견본으로 들어온 물량이 다 팔렸던 것을 감안하면 인기가 다소 주춤해 진 것 같았다.
매장 측은 초기의 높은 관심도에 비하면 다소 열기가 떨어진 건 사실이지만, 미국산 쇠고기를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고정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한 종업원은 “첫날에 비할 바는 안 되지만 손님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며 “고기질에서 큰 차이가 없으면서 가격이 저렴해 '아는 손님'들은 다시 찾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광우병을 걱정해 안전에 대해 물어보는 소비자들도 상당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매장의 진갈비살의 경우 100g에 4000원선, 등심은 100g에 1500원선이다. 등심의 경우 한우는 물론 호주산 쇠고기에 비해서도 가격이 절반 수준이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부는 “주변에서 이야기를 듣고 와 봤는데 정말 싸긴 싸다”며 “친구 이야기로는 맛이나 질도 별 차이를 못 느끼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특히 종업원들은 일반 가정보다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저가의 쇠고기 요리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흐름은 지난 13일 국내 대형유통업체로서는 처음으로 롯데마트가 미국 쇠고기 판매를 시작하면서 더욱 고착화될 것으로 보인다.
축산농가가 우려했던 대로 한우 가격은 이미 지속적인 하락세에 들어섰다. 신세계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1월 100g당 7700원하던 한우등심(1등급 기준)은 6월 들어 6250원대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간 호주산등심은 오히려 2680원에서 100원 오른 2780원대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신세계(445,500원 ▲17,000 +3.97%)이마트 축산담당 관계자는 “1등급 한우 가격이 올해 초에 비해 많이 하락한 것은 산지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고급육을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기 위한 유통업체의 전략에 기인한다”며 “(유통업체들이)추석물량을 본격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하면 한우 가격이 약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독자들의 PICK!
아직 미국산 쇠고기 시판이 한우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지금으로선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 가을께 한우가격이 한차례 더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로 호주 쇠고기의 입지도 위협받게 됐다. 가장 잘 팔리는 목심이 우수한 품질의 미국 쇠고기 공세에 버티기 힘들고 미국의 뼈있는 쇠고기(갈비)도 수입이 결정될 경우 큰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호주산 쇠고기 전문 수입업체 OK미트에 따르면 미국산 쇠고기의 판매에도 불구하고 최근 호주산 쇠고기 값은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현지 소 값이 비싸지고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일본에 수출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 이는 국내시장에서 곧 호주산의 약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산이 맛과 질에서 호주산보다 한 수 위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쇠고기 시판으로 가장 타격이 심할 것으로 보이는 알목심의 경우 곡물을 120일간 먹인 호주 청정우의 도매가격은 1kg당 6000원 정도를 형성하고 있다. 같은 기준으로 현재 수입되는 미국산 초이스급은 7000원대에서 시판될 것으로 관측된다.
과거 광우병으로 수입이 금지되기 전 가격 격차가 2000원 이상이었던 것에 비추어보면 호주 쇠고기의 가격 경쟁력은 상당히 떨어진 셈이다.
게다가 호주산 수입업체들이 비싼 값에 고기를 들여와 이윤을 박하게 남기고 팔아야 할 판이어서 수입량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산 쇠고기의 가격공세에 한우와 호주산 쇠고기 유통업자들이 마냥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수급을 조절하는 새로운 대응전략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