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부회장 "롯데, 신세계 적수못돼"

정용진부회장 "롯데, 신세계 적수못돼"

태안(충남)=박희진 김지산 기자
2008.01.14 08:57

태안서 봉사-"중국사업 할수록 어려워. CJ가 PL 이해"

"중국 사업은 하면 할수록 아직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멀구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롯데가 국내에서는 몰라도 중국에선 우리의 경쟁 상대가 못됩니다"

정용진신세계(337,000원 ▲4,500 +1.35%)부회장이 중국 사업에서 겸손한 자세를 취했다. 이와 함께 중국 대형마트 시장에 새로 진출한 롯데를 의식하지 않고 선두업체들을 향해 질주하겠다는 의욕을 내비쳤다.

지난 12일 계열사 사장단 및 임직원 500여명과 자원봉사차 충남 태안 바다를 찾은 정 부회장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경영 현안에 대해 얘기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중국 사업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중국에서 이마트는 매장 수로 13위정도밖에 못합니다. 5위 안에도 못들어가죠. 워낙 땅덩어리도 넓고 시장이 크니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이 힘든 게 사실입니다"

신세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완패한 월마트와 까르푸는 중국에 100개, 105개 점포를 두고 있다. 이에 비해 이마트는 상하이와 톈진에 10개 점포를 운영하는 게 전부다. 매년 10개씩 점포를 확장하겠다는 목표지만 선두업체들과 폭을 좁히는 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정용진(오른쪽), 구학서 부회장이 태안에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정용진(오른쪽), 구학서 부회장이 태안에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그래도 우리는 열심히, 아주 잘 해내고 있습니다. 점장은 모두 현지인들이며 언어도 중국어를 씁니다. 이에 반해 월마트는 영어를 쓰고 명찰도 영어식 이름을 씁니다. 현지화에선 우리가 앞서 있는 거죠"라고 말했다.

현지화의 실패는 월마트와 까르푸를 통해 충분히 배워온터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해 말 네덜란드계 중국 대형마트인 마크로 7개 매장을 인수한 롯데마트는 당분간 이마트에 위협요소가 되지 못한다고 정 부회장은 밝혔다.

정용진 부회장은 "마크로는 중국에서 17~18위정도에 머무르는 업체인데 우리의 목표는 5위 내 글로벌 업체들이죠"라고 설명했다.

자리를 함께 한 구학서 부회장은 "신규사업에 진출할 때 가장 손쉬운 방법이 M&A죠. 문제는 자기 색깔이 없다는 겁니다. 결국 기업 이념과 종업원들과 지향점을 공유하는 데 제한이 따르고 이는 경쟁력과 직결됩니다"라고 거들었다.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 사업에도 바쁩니다"며 중국 백화점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구학서 부회장은 "백화점은 부동산 소유 여부와 긴밀한 관련이 있는데 임차 후 임대를 주는 방식으로는 백화점 사업에 큰 한계가 있죠"라고 말했다.

이마트가 PL 사업 강화에 나선지 3개월. 지난해 10월 이후 이마트 PL은 제조업체들과 갈등의 원인이 됐고 지금껏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정 부회장은 그간 이어진 PL 논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3400여개 이마트 PL 상품 중 대기업이 생산하는 제품과 겹치는 건 30개밖에 되지 않아요. 게다가 그들이 생산하는 제품 판매량이 잠시 주춤하더니 이제 원상복귀 했답니다. PL도 초기에 잘 나가다가 지금은 한풀 꺾인 상황이구요.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했던 것 같습니다"

같은 삼성가 기업이며 식품제조업체의 좌장격인CJ(206,500원 ▲3,500 +1.72%)와 갈등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정 부회장은 "햇반에서 CJ가 언짢아 한 건 사실이지만 PL의 취지를 충분히 설명했고 그쪽에서도 이해해줬습니다. 우리가 햇반 공장을 인수한다고 하면 모를까 문제 없습니다(웃음)"라고 말했다.

이재현 회장과 사석에서 만나면 서로 회사 얘기는 안해 사촌끼리 기분 나쁠 일도 없다는 게 정 부회장의 설명.

구학서 부회장은 "CJ가 신수종사업 찾다보면 유통의 필요성을 느낄 수도 있는데 유통은 안하거든요. 우리도 같지요"라며 집안 내에서 침범하지 말아야 할 영역이 뚜렷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최근 관세청의 면세점 신규 허가 조건 강화 조치로 숙원이었던 면세점 사업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데 대해서는 예상과 달리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관세청은 지난해말 면세점 허가요건 개정안을 내고 외국인 이용실적이 50%를 넘어야 한다는 이른바 '50%룰'를 만들었다. 부산 센텀시티 쇼핑몰 내에 면세점 운영을 신청하려던 신세계의 계산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게 된 것.

구학서 부회장은 "법이 그렇게 만들어지면 어쩔 수 없죠. 복합 쇼핑몰이라 면세점이 아니어도 넣을 거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어쩌면 백화점에는 호재이기도 합니다. 시내면세점 대신 백화점 이용이 늘 수 있으니까요. 다만 이번 룰이 얼마나 잘 지켜지느냐가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계열사 신세계 인터내셔널의 외국 의류 브랜드 수입으로 패션업계에서 신세계의 입지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다시 불거진 한섬 인수설에 대해 정용진, 구학서 부회장은 한 목소리로 부인했다.

정 부회장은 "전혀 보고 받은 바 없다"는 말로, 구 부회장은 "옛날부터 그런 얘기가 있었다. 좋은 회사죠. 그런데 우리가 검토한건 아니다. 루머라고 보면된다"는 말로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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