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중국 상하이 푸동지역 쇼핑가에 있는 한 중국 레스토랑. 구학서 신세계부회장, 정용진부회장, 이경상 이마트대표 등신세계(324,000원 ▼20,000 -5.81%)주요 경영진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마트 중국 11호점 오픈 기념 기자간담회를 하루 앞두고 마련된 비공식 만찬 자리였다.
김용철변호사의 폭로로 촉발된 일련의 삼성사태로 경영권 승계 문제가 재계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때라 범삼성가인 신세계에게도 관심의 눈길이 쏠렸다. 이미 신세계는 2년 전 중국 출점관련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떳떳한 증여'의 큰 틀을 밝힌 바 있다.
삼성사태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오너급 CEO'라는 별칭을 얻고 있는 구학서부회장이 작심한 듯 하고 싶었던 말을 쏟아냈다.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삼성의 강점이 무엇입니까. 50% 이상이 비서실에 있습니다. 오너를 백업하는 비서실 말입니다. 오너의 독단하고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구부회장은 이병철 선대 삼성회장이 비서실이라는 두뇌 집단을 활용해 오늘의 삼성을 있게 했다고 강조했다. 비서실은 회장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지원했던 것이지, 오너의 독단을 위해 존재한 게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구부회장은 또 "오너란 게 전지전능한 게 아니다. 이승만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이 다른 점이 뭔가"라며 "박대통령은 조직을 갖추고 보좌를 받았다"고 말했다. "스텝조직이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구부회장에 비해 정부회장은 세간의 시선을 의식하듯 삼성사태에 대해 말을 아꼈다. 삼성 쇄신안에 대해 정부회장은 "뭐라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삼성이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고만 짧게 대답했다.
이재용 전무와 사촌지간인 정 부회장은 "최근 만난 건 지난 1월3일 박두을 여사 제사에서 봤다"며 "이건희회장이 퇴진한다는 소식도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접했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경영권 승계, 추가 증여계획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정부회장은 이명회회장의 추가 증여 계획에 대해서 "당분간은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해 현재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계속될 것이라고 그는 거듭 강조했다.
"나는 나의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맡고 나는 보다 장기적인 플랜을 세우는 게 내 임무라고 생각한다. 내 고민은 이마트의 진화다. 진화는 변신이다. 10년뒤, 20년 뒤를 어떻게 진화해야할지 고민하는 게 내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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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회장은 중국 사업과 관련해 "중국에 진출해 10년간 성장해온 속도가 실망스럽다"며 "작년에 10주년이었는데 창피해서 따로 기념행사도 안 했다"라며 오너로서의 솔직한 소회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