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리포트]서브프라임 이후 계단식 증가..해외조달 늘려 대응
이 기사는 06월16일(12:45)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현대캐피탈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단연 큰 손으로 꼽힌다. 자금시장에서 돈을 빌리는 규모가 다른 캐피탈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사채 발행규모만 8조원을 넘어서고 은행에서 빌린 차입금도 3조원에 이른다. 그렇다 보니 현대캐피탈은 국내 여신업계에서 '고래'라는 소리를 듣는다. 자금 조달 능력에 있어서는 시중은행과 견줄 정도다.
기업어음(CP)발행 규모도 업계 최고다. 특히 서브프라임 부실사태가 터질 때마다 그 충격을 흡수하느라 거의 단계적으로 CP잔액이 늘었다.
그래도 현대캐피탈의 유동성 위험을 걱정하거나, 어음 발행이 너무 많다고 힐난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단기조달 비중이 다른 여전사에 비해 낮고 국내조달과 해외조달을 적절히 섞어 차입처와 만기 분산이 잘돼 있기 때문이다.
고래도 서브프라임은 피해가지 못했다.. CP 한때 2조 넘어
현대캐피탈의 CP 발행 잔액은 지난해 말 2조원을 넘어서 국내 업체 중 최대 발행사가 됐다. 당시 현대캐피탈의 CP 잔액은 2조1050억원. 2006년 말 9685억원과 비교하면 1년 새 무려 1조1364억원 늘어난 것이다.
캐피탈업계에서 CP의존도가 가장 높은 기은캐피탈보다도 8000억원 이상 많은 수준이다. 올 들어 CP발행이 줄어들고 있지만 5월29일 현재 1조6461억원의 발행잔액을 보이고 있다.

현대캐피탈의 CP발행이 늘어난 것은 미국의 서브프라임(비우량주택담보대출) 영향과 무관하지 않다. 신용경색으로 해외에서 자금을 끌어 모으기가 어렵게 되자 단기차입금을 늘리게 된 것.
지난해 2월 처음으로 서브프라임이 금융시장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1조원을 밑돌던 현대캐피탈의 CP 잔액이 늘기 시작했다. 해외 IB들의 부실과 상각소식이 나온 4월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9월부터는 CP가 더욱 큰 폭으로 증가했다. 유동성이 부족해진 은행들이 대규모 채권발행에 나섰고 그로 인해 캐피탈채권 발행이 된서리를 맞았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PICK!
현대캐피탈 자금부 관계자는 "서브프라임 영향으로 지난해 말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어쩔 수 없이 CP 발행을 늘리게 됐다"며 "1분기 사무라이 등 해외채권이 발행되면서 부터는 CP조달의 이유가 없어 규모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달원 다변화 & 만기분산..유동성 위험 방어막 '겹겹'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의 지난해 말 국내와 해외조달 비중은 5대5다. 장기 차입비중 역시 57.9%로 높은 편이다. 조달원도 국내 CP와 국내 회사채, 국내 은행 대출, 국내 자산유동화증권(ABS), 해외 사채와 해외 은행 대출, 해외 ABS 등으로 다변화됐다.
GE를 비롯해 외국금융회사로부터 받는 크레딧라인은 1조원에 달한다. 단기차입금에 대한 크레딧라인 커버리지 비율 역시 59%로 나쁘지 않다. CP발행이 늘면서 비율이 하락하긴 했지만 대체로 양호하다는 평가다.
단기차입금 비중(유동성 장기차입금 제외) 역시 안정적이다. 현대캐피탈의 국내외 총 차입금은 5월말 현재 14조360억원. 이 가운데 단기차입금인 CP나 은행대출 등은 20.5%(5월말 기준 2조8773억원)수준에 불과하다. 다른 캐피탈사의 단기차입금 비중이 30~50%를 유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2005년의 '쇼크'...그리고 '변화'
현대캐피탈은 불과 3~4년 전 '연못 속의 고래'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좁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대부분의 자금을 조달하다 보니, 고래도 연못도 위험에 빠뜨린다는 지적이었다.
실제로 지난 2004까지 현대캐피탈의 해외조달 비중은 10%도 되지 않았다. 대부분 국내에서 채권을 발행하거나 은행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2005년 예상치 못했던 유동성 위험을 겪은 후 현대캐피탈은 변했다. 당시 정부(건교)가 생애최초 주택마련 대출재원 마련을 위해 자산운용사 펀드를 환매하고 나서자, 이들 펀드가 대부분의 자금을 투자했던 캐피탈채는 졸지에 갈 곳을 잃고 말았다. 이때부터 현대캐피탈은 해외 자금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의 국내 자금조달 비중은 지난 2002년말 98.9%에 달했으나 지난해 말 52.8%까지 줄었다. 대신 해외 조달비중이 5%에서 47.2%로 늘었다. 지난 2004년 전체차입금의 3%에도 미치지 못했던 해외채권 발행 역시 지난해 말 31%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