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는 세계적인 두 반도체 회사가 있다. 삼성전자와하이닉스(875,000원 ▼47,000 -5.1%)반도체는 D램 분야에서 세계 1·2위를 나란히 차지하고 있으며 수요가 팽창하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각기 1·3위를 점유하고 있다. 메모리 분야에서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전체 시장의 50%를 상회하니 그야말로 작은 나라의 두 기업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자부심은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볼 때 우물 안 리더로서의 자만에 불과하다. 시스템LSI 시장을 포함한 전체 세계 반도체 산업에서 메모리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정도다. 따라서 두 기업이 그 중의 절반을 차지하더라도 결국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는 10%에 불과한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175,200원 ▼4,500 -2.5%)는 2012년 세계 반도체 산업의 최강자인 인텔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하이닉스 또한 지난해 중장기 비전을 발표하면서 2017년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 두 종합반도체회사(IDM)가 호언장담한 바대로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메모리라는 작은 왕국의 리더로서는 불가능하다. 때문에 두 회사의 시스템LSI 진출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시스템LSI 사업 확장을 위해서 어떤 전략을 가지고 가야 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혼자서 모든 것을 하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기업은 독자적으로 사업을 계획하고 진행해왔으며 수익도 혼자 가지려 했다. 하지만 이제 기업 독자적으로 세계 시장을 뚫기엔 한국의 기술과 경험은 미비하고 거대 기업의 벽은 높다.
한국이 시스템LSI에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IDM 회사를 비롯해 팹리스와 파운드리 회사가 하나의 선단(船團)으로 이뤄진 '유기적 상생협력'을 통해 추진돼야 한다. 이를 위해 IDM과 팹리스의 역할분담은 중요한 요소다.
IDM 회사는 CMOS이미지센서(CIS), LCD구동칩(LDI) 등과 같은 메모리 근접 사업과 일부 마이크로컨트롤러(MCU) 등 상대적으로 대규모 투자와 대량 생산을 필요로 하는 사업에 집중하고, 팹리스 업체는 소규모 투자로 특화된 분야에 집중해 두 분야가 SIP(System in Package)나 POP(Package on Package) 기술로 접합돼야 한다.
이를 위해 서로가 협력할 수 있는 SIP·POP를 이용한 사업을 발굴하고 선택된 사업을 위한 전용 200㎜(8인치) 파운드리 공장(팹)이 제공돼야 한다. 이후 파운드리 회사의 독자 운영 및 300㎜(12인치) 팹으로 확대되는 단계적 추진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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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 시장만큼 성장한 70조 규모 반도체 장비 및 원부자재 산업의 발전 역시 병행돼야 한다. 정부에서도 장비와 원부자재 산업 발전을 위한 상생 협력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며 이에도 역시 IDM 회사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지난 25년간 반도체 산업에 몸 담아온 반도체인으로서 그동안 메모리 산업의 발전에만 안주했던 점은 아쉽게 다가온다. 한국 업체가 '메모리의 강자'라는 지위의 절대성을 거두고 우물 안 선두로서의 한계를 받아들일 때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이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진정한 세계 선두 자리를 위해 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