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성추문 사건'은 세계적인 흥미거리였다. '성'(性)문제를 소재로 다룬데다, 미모의 여성과 세계 최고의 권력가인 미국의 대통령, 그의 부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해서다.
'대통령의 은밀한 섹스'를 다룬 이 사건의 과정은 흥미진진했으나, 추문을 들춰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각이 제대로 잡혀있는 미국 사회의 면모를 충분히 보여줬다.
'빌 클린턴 성추문 사건'을 맡은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는 대통령의 불륜과 위증, 위증교사, 권력남용 등에 초점을 맞춰 수년간 조사한 끝에 탄핵 사유가 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대통령 탄핵안은 하원을 통과하고 상원에 회부됐다.
상원은 클린턴의 반대진영인 공화당 의석이 훨씬 많아 그의 탄핵은 불 보듯 뻔했다.
그러나 경륜 높은 상원은 의외의 선택을 했다. 탄핵안을 부결시킨 것이다.
미국의 도덕성과 체면을 땅에 떨어뜨린다며 클린턴을 눈엣가시처럼 경멸하던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이 그를 정치적 위기에서 구해내고, 미국을 이끌 기회를 부여한 것이다. 이들은 법적으로는 물론 명분으로도 클린턴을 탄핵시킬 수 있었음에도 왜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을까?
이 사건은 미국 사회에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온다. 특별검사제도 폐지다. 미국의 특검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성역없이 수사해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등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 진실한 사회를 세우는데 적잖은 공을 세웠다. 그런데 클린턴 성추문 사건을 계기로 특검법이 폐지된 것이다.
특검제 폐지를 초래한 장본인은 바로 클린턴 성추문사건을 수사한 케네스 스타 검사였다. 그는 클린턴 행정부를 상대로 7번이나 특검수사를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무려 400억원을 썼다.
그러자 무소불위의 권한과 무제한 예산, 수사기간, 공정성 등에서 특검을 의심하는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그리고 특검법을 탄생시킨 미국변호사협회가 정작 특검법 폐지를 의회에 권고하고, 의회는 1999년 이를 받아들여 폐지시켜버렸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시작된 '삼성사건'의 1심 선고공판이 16일 끝났다. 이건희 전 회장 등에게 무죄, 일부 유죄, 면소, 공소시효 소멸 등을 판결하는 것으로 종료됐다. 한 변호사의 근거없는 폭로에 여당과 야당은 특검법을 발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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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은 이 회장 자택과 집무실인 '승지원'은 물론 삼성그룹을 2차례나 압수수색했다. 그것도 전세계를 상대로 2007년 실적을 결산하는 기업설명회(IR)를 하는 날, 설명회장 바로 윗층인 25∼28층에 압수수색팀을 전격 투입, 기업의 자존심을 짓밟아버렸다.
열번을 생각해도 무분별한 행동이었다. 특검팀으로서는 수사 과정에서 무리가 없었는지 돌아봐야 할 일이다.
작년 10월부터 지금까지 6개월 보름에 걸쳐 이 사회는 한 변호사의 폭로에 놀아났다. 근거없는 폭로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만큼 클 것이다.
세계적으로 'S의 공포'가 가시화되는 와중에 미국산 쇠고기 파동,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독도문제, 노동계 파업 등으로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두손을 뻗어 클린턴을 구해낸 공화당 상원의 경륜과 지혜를 곰곰히 씹어볼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