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박스권 지속…반등시 금융·IT주목"
전날 폭등했던 코스피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아시아증시가 일제히 하락한데다 외국인이 현·선물 동시 순매도에 나서고 프로그램 매물도 출회되면서 수급 부담이 크게 작용했다. 중국 증시가 소폭 상승했지만 사흘 연속 연저점을 경신하는 등 취약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안팎 어느 쪽에서도 호재를 찾기 힘들다.
전날 15일만에 97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던 외국인이 이날 2163억원 순매도를 재개하는 것에 비추어 2005년부터 시작된 순매도 기조에 일말의 변화 가능성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9조5000억원대까지 급증했던 프로그램 매수차익잔액 또한 이틀 남은 쿼드러플위칭데이까지 부담으로 작용한다. 나흘 연속 차익거래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매수차익잔액이 8조4000억원대로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난 6월 만기 이후의 잔액인 5조5000억원에 비해서는 턱없이 높은 수준이다.
베이시스 콘탱고가 거의 사라진 마당에 매수차익잔고 청산이 이어질 것이고 외국인까지 순매도 기조를 이어간다면 7일간 1조1752억원을 순매수한 연기금의 힘만으로 지수 방어가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최근까지 주식편입비중을 크게 낮춘 자산운용사들이 적극적으로 주식 매수에 가담하지 않는 한 전날과 같은 미국발 호재가 또 나오기 전에는 연기금을 제외할 경우 매수주체를 떠올리기도 어렵다.
투신권이 주식 편입에 매우 소극적인 이유는 주가 바닥을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록 전날 연중 최대폭으로 주가가 급등했지만 추세반전에 대한 기대감이 전무하기 때문에 여전히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보유주식을 처분하지는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주식을 사기 시작한 것도 아니다"라면서 "아직 증시 분위기와 기조가 확실히 바뀌지 않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현금보유비중이 10%를 넘은 상태에서 주가가 뜰 경우 자산운용사들은 더 큰 곤경에 처해진다. 주식편입 비중을 높인 상태에서 주가가 빠질 경우 곤혹스러운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벤치마크보다 크게 손실을 보지 않는 한 비난까지 받진 않는다.
그러나 현금 보유비중을 높인 상태에서, 즉 상대적으로 주식을 많이 처분한 상태에서 주가가 오르게 될 경우에는 펀드 수익률을 맞추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때문에 주가 고점대에서 펀드 수탁액이 늘어날 경우 주가 하락 리스크가 크다고 느끼면서도 막바로 주식 편입에 나서는 것에 관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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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현재 자산운용사가 주식 매수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은 주가가 상승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든가 아니면 환매 등의 이유로 펀드 설정액이 감소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전자는 펀드매니저의 자의적인 판단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며 후자는 환매 확산을 우려한 보수적인 현금 마련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가을 출시된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를 보면 올 7월부터 펀드 설정액이 감소했다. 이달에는 8일까지 6거래일간의 감소액이 전달 전체에 육박하는 규모에 이르고 있다.
펀드 설정 이후 33%의 평가손을 입은 상태에서 펀드 설정액까지 감소한다면 현금 보유비중이 높다고 해도 주식 편입에 나서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1400대에서조차 주식을 살 때가 아니라는 비관론이 만연하다는 증거가 된다. 그러나 낙관론과 마찬가지로 비관론도 팽배할 때가 분기점이었음을 과거 경험으로 알 수 있다.
증권사의 한 리서치 센터장은 "지난해 가을 외부 프레젠테이션(PT)에 나갔을 때 주가 2000대를 고점으로 얘기했다가 '코스피 3000, 5000을 얘기하지 않고서 무슨 비지니스를 한다고 그러느냐'는 핀잔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면서 "최근 PT에서 1500선 밑이 바닥이라고 하자 '1200까진 빠질텐데 성급하다'는 조소를 받은 것에 비추어 현재가 주가 바닥임이 나중에 입증될 확률이 높을 지 모른다"고 말했다.
물가가 이미 꼭지를 넘어 완화되고 있고 기업실적이 내년 1분기까지 둔화되면서 바닥을 친다고 보면 펀더멘털 문제는 거의 끝난 얘기가 된다.
서브프라임에서 프라임으로 전선이 확대되고 홈에쿼티론, 오토론까지 문제가 커졌던 금융위기가 이번 모기지업체 구제금융 조치로 일단락됐다고 본다면 남은 것은 실업문제로 국한될 수 있다.
미증시가 바닥을 치고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대선을 앞두고 증시 및 경기 부양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판단한다면 미증시는 상승무드를 이어갈 수 있다. 이 경우 그동안 낙폭이 과도했던 금융주와 구조조정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는 IT전자 업종이 가장 매력적일 공산이 있다.
그러나 철강, 기계, 조선 등 중국관련주는 중국 증시가 살아나기 전까지는 좀 더 기다릴 필요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비록 낙폭과다에 따른 반작용으로 일시적인 급등세가 전개되더라도 지속적인 주가 상승 모멘텀을 확보하지 못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황창중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V자 반등을 기대하기보다는 일정한 박스권 내에서 변동성이 큰 등락장이 당분간 펼쳐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면서 "증시 상승에 대비한다면 중국관련주보다는 금융과 IT·전자 쪽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