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 샌드위치론 ]-②
미국인들의 일본 가전제품 선호의 역사는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벨랩에서 개발된 트랜지스터로 초소형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만들고, 최초로 LCD TV를 상용화한 일본 샤프나, 미국 내 최고 연구소인 RCA에서 상용화한 브라운관을 기반으로 컬러TV를 만들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소니는 반세기가 지난 지금에도 미국인들의 가슴 속에 '테크놀러지 재팬'이라는 이름으로 각인돼 있다.
미국의 기술이 일본에 의해 꽃피워졌다는 자부심을 얘기하며 각 가정마다 일본 제품을 갖추는 것이 자랑거리가 됐고, 이를 쉽게 바꾸지 않았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메이드인 코리아 제품은 저가 세컨드TV 정도로 인식했고, 퍼스트TV는 일본산을 고집했다.
하지만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세상이 변하면서 그 거대한 물줄기는 미국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한국으로 바뀌어 가고 있고, 한국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까지 오면서 미국인들의 선택이 바뀌고 있다.
소니 트리니트론과 워크맨이 차지했던 자리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차지하고 있다. 필립스만을 고집했던 유럽인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최근 들어 엔고현상이 지속되면서 한국의 최고기술들이 미국과 유럽의 소비자들 사이에 '성능 테스트'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이 세계 시장을 바꿔가고 있다.
세계 가전기술 경연장인 국제가전쇼2009(CES2009)에서 강신익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장(사장)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오는 2010년 일본 소니를 누르고 디스플레이 부문 세계 2위로 도약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강사장은 "불경기지만 마케팅과 R&D 투자는 계속할 것"이라며 "일본 TV는 이제 약하며 엔화 강세는 우리에게 정말 기회"라고 말했다. 올해 공격적 경영을 통해 점유율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명규 LG전자 북미지역본부 사장도 "최근의 경기침체가 일본을 비롯한 경쟁업체를 따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며 "샤프와 도시바 등 LG와 LCD TV 등에서 경쟁하고 있는 일본 업체들이 엔화 강세에 따라 상대적으로 더 어려워 일본 업체를 확실히 따돌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도 "일본업체들이 엔고 영향을 많이 받고 있어 TV 업체들이 방향을 제대로 못잡고 있다"며 "올해에는 일본업체들이 힘을 쓰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일본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는 검사장비 업체 S사의 P사장도 "그동안 한 번만 만나달라고 해도 만나주지 않던 미국, 유럽, 일본의 세트 업체들이 삼성과 LG 라인에서 운영하고 있는 한국 장비를 보고 싶다며 잇따라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과 LG에 장비를 모두 납품하고 있는 P사장은 기술력만 되면 언제든지 기회가 있고 그 기회가 지금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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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동안 한국 내의 모든 문제가 환율 한방에 해결됐다"며 "고임금, 고가 장비 문제가 원화약세로 해소되면서 기술력이 있는 국내 기업들에게는 그동안 찾지 않던 외국 바이어들이 돈을 들고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P사장은 "100년만에 오는 위기라고들 말하지만 바꿔 말하면 지금이 한국에게는 100년만에 오는 기회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