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구조 재편의 신호탄.."호들갑 떨지 말라" 지적도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28일 급등하고 있다.삼성전자(186,200원 ▲7,800 +4.37%),하이닉스(876,000원 ▲46,000 +5.54%)반도체 등 종합반도체회사만이 아니라주성엔지니어링(62,200원 ▲1,400 +2.3%)등 반도체 장비 기업들까지 모두 오르면서 전기전자업종은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독일의 D램 반도체 기업 '키몬다'의 파산 효과다. 전문가들 중에는 호들갑 떨 정도는 아니라고 지적하는 이도 적지 않지만 시장의 반응은 일단 폭발적이다. 전기전자업종 반등에 설 연휴 기간 해외 증시의 상승 소식까지 겹치면서 코스피지수는 4% 넘는 급등세를 보이며 올 들어 처음으로 상승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키몬다 파산, 가뭄속 단비= 키몬다의 파산은 반도체 기업들에게 분명 호재다. 전세계 D램 시장점유율 5위인 키몬다가 퇴출될 경우 2006년말부터 시작된 D램 공급과잉의 해소 시기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2년 넘게 지속된 공급과잉에 D램 업계는 사실상 초토화됐다. 2007년 4분기부터는 삼성전자를 제외한 모든 D램 기업들이 적자 상태에 빠졌고 삼성전자도 급기야 지난해 4분기에 94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중 5600억원이 반도체 총괄의 적자였다.
업계는 감산과 투자 축소에 나서며 공급과잉 해소 시기만을 기다려 왔지만 설상가상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마저 급감했다. D램 기업들이 투자를 해야 먹고 살 수 있는 장비, 재료, 부품 등 후방산업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이런 상황에서 키몬다의 파산 소식은 '오랜 가뭄 속 단비 같은 소식'이다. 특히 산업계만이 아니라 증시에도 때마침 내린 단비다. 삼성전자의 어닝쇼크로 인해 부정적으로 흐를 수 있었던 IT 업계에 대한 투자심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키몬다 파산이 몰고 올 수 있는 파장= 키몬다의 파산은 반도체 업계에 단순한 심리적 호재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사실 그동안 업계에서는 키몬다를 퇴출 1순위로 여겨왔다. 주목한 부분은 퇴출 방식이다. 다른 회사에 흡수합병되나 청산되나 '키몬다'라는 회사가 사라진다는 점은 차이가 없지만 흡수합병되면 키몬다의 설비, 즉 생산장비는 그대로 인수하는 회사로 옮겨진다. 합병 과정에서 과잉설비에 대한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공급 축소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키몬다는 파산을 신청했다. 법원에 의해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아직은 예단할 수 없지만 청산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지금 같은 금융위기 상황에서 마땅한 돈줄(재무적 투자자)을 구하는 게 쉽지 않을 뿐더러 '내 코가 석자'인 경쟁업체가 키몬다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희박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공중분해를 면한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강점을 보여 왔던 그래픽 D램이나 서버용 D램에 특화된 '니치 플레이어(틈새시장 사업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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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몬다의 파산은 또 대만 업체들의 구조조정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대만 정부는 파워칩, 난야, 프로모스 등 존폐 기로에 서 있는 대만의 주요 D램 기업들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대만 내에서도 D램 기업에 대한 지원이 '자칫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는게 아니냐'는 회의론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한차례 정부 지원을 받고도 무너진 키몬다의 사례는 대만 정부를 주춤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다음달 14일 100억 대만달러의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프로모스'는 최근 대만 정부에 제출한 합병안이 거부되면서 키몬다의 뒤를 이은 1순위 기업으로 지목되고 있다.
◆호들갑 떨지 말자는 목소리도= 하지만 키몬다의 파산을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보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키몬다가 파산을 선언했지만 청산으로 연결될지는 아직 불확실하고 이 때까지는 생산을 계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퇴출되더라도 실제 전세계 D램 공급 축소는 크지 않다. 지난해 3분기말 현재 전 세계 D램 생산량의 9.8%를 차지했지만 대만 생산 기지 역할을 하던 이노테라의 지분을 마이크론에 넘겨 현재는 공급량이 절반 수준인 5% 안팎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게다가 D램값에 미치는 영향이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일 가능성도 있다. 키몬다가 당장 현금 확보를 위해 물량을 과도하게 쏟아낼 가능성이 있고 키몬다에 D램을 납품하던 대만 기업들도 이 물량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D램 값이 반등하더라도 그 수혜는 삼성전자, 하이닉스 만이 아니라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대만 업체들을 비롯해 경쟁업체들도 얻게 돼 한계기업의 생명이 연장될 수도 있다.
이선태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공급과잉으로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가 파산을 신청했다는 점은 향후 공급량 증가 압력을 낮춰주는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실제 영향은 크지 않고 D램 공급과잉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UBS는 이날 보고서에서 "당분간 키몬다는 공급을 계속할 것이고 PC부문 수요 감소도 지속될 것"이라며 "D램 산업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수요 안정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UBS증권은 또 "키몬다의 파산은 D램 업체와 업황 회복에 긍정적이지만 수급 등 펀더멘털 전망을 단기간 내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안성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은 재고물량 출회와 같은 잔 파도에 흔들릴 시기가 아니며 산업구조 재편이 중장기 턴어라운드의 토대가 된다는 큰 그림에 주목할 시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