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 민간이 소유한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1988년 민영화가 완료됐고, 2005년에는 코스닥, 선물시장의 통합과 함께 주식회사로 전환한 거래소가 2009년에 다시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것이다.
거래소의 세계적인 위상 추락은 물론 조직 경직화에 따른 경쟁력 상실로 무한경쟁에 돌입해있는 글로벌시장에서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주장이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로부터 제기돼왔지만 정부는 그대로 밀어붙였다.
선진 거래소들이 전략적 제휴·연계는 물론 국경을 초월한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은 '거꾸로 가도 너무 거꾸로 갔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선진국에서 주식회사인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거나 정부가 경영에 관여한 사례가 없다.
정부는 거래소가 시장기능 규제와 감시 등 공적기능을 수행하고, 독점적 수익이 50% 이상이라는 이유를 들어 공공기관에 지정했다. 임직원 1인당 연봉이 1억원이 넘는 등 방만경영을 막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곁들였다.
공기업의 방만경영을 해소하기 위해 민영화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정부가 거래소와 관련해서는 유독 공공기관 지정을 통해 방만경영을 뿌리뽑겠다는 역논리를 펴고 있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궁색해 보인다.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이사장 선임과 관련된 청와대 낙하산 인사 실패에 대한 보복이라는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거래소는 주주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헌법소원 등 법적조치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치가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둘 경우 배임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공공기관 지정에 대해 거래소, 노동종합, 그리고 부산시민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투쟁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주주들은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거래소의 주장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고임금 구조, 방만경영 등 정부에 공공기관 지정의 빌미를 제공한 점이 없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