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 후 지중해 여행...유럽은 별천지?

실직 후 지중해 여행...유럽은 별천지?

최남수 MTN 보도본부장
2009.05.21 16:22

[MTN 세상 그리고 우리는]

지난해 말 이후 세계 경기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일자리 사정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워 졌습니다. 소득이 주는 것은 물론 더 이상 나갈 직장이 없게 되거나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실업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고실업의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라마다 실업자 형편은 많이 다르다고 하네요.

먼저 유럽을 한 번 볼까요? 지난 15일 브뤼셀의 유럽연합 EU 본부 앞입니다. 수 만 명에 이르는 시위대들이 일자리 보호를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습니다. 유럽 노동조합 사무총장의 말입니다.

[존 먼크스, 유럽 노동조합 사무총장]

주가가 오를 수도 있고 부분적으로 경기회복 신호가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업 문제에 관한 한 상황은 매우 좋지 않고 이같은 상황이 2011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It may be the shares bounce, it may be there is a few green shoots in the economy, but as far as unemployment is concerned the outlook is very, very difficult through probably into 2011."

유럽 근로자들의 요구 참 절절하지만 이들의 상황은 다른 나라 근로자에 비하면 귀족놀이를 하는 셈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이 사람은 독일 자동차부품회사에서 일하다 실직한 알프레드 버트입니다. 일자리를 잃었지만 그는 여전히 의료보험 혜택을 받고 있으며 올 겨울에 예정대로 가족과 함께 지중해 여행을 갈 생각입니다. 유럽 근로자들 대개 상황은 비슷합니다. 나라에서 전 직장 급여의 60%에서 90%를 실업급여로 주기 때문입니다.

유럽 다른 나라는 그래도 기간에 제한을 두지만 벨기에는 무기한 실업 급여를 줍니다. 굳이 일 안 해도 먹고 살고 여행 다니는 데도 별 문제가 없는 것이죠. 자주 언급돼 온 이른바 '유럽병'의 실상이 이런 겁니다.

지난해 크라이슬러 조립공장에서 해고된 다일런 드로버츠입니다. 상황은 대조적입니다. 여행은 커녕 당장 몇 달 후에 만료될 의료보험이 걱정입니다. 보험료를 낼 형편이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전 직장 급여의 절반 정도를 주는 실업급여에 기대고 있습니다. 미국은 금융회사와 자동차 회사를 중심으로 대량해고가 잇따르면서 지난 4월에 실업률이 8.9%로 오른 데 이어 내년에는 9.6%까지 치솟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원하는 국민 10명 중 1명이 실업자니 문제가 심각해도 이만 저만 심각한 것이 아닙니다.

이제 우리나라로 눈길을 돌려 봅니다. 지난 4월 현재 실업자 수는 93만 3천명. 실업률은 3.8%를 기록했습니다. 청년 실업률은 8%로 거의 청년 10명 중 1명꼴로 실직상태에 있는 셈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힘찬 인생의 새 출발을 해야 할 청년들이 꿈과 희망대신 좌절을 먼저 경험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주가가 오르고 부분적으로 소비심리도 호전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꽁꽁 얼어붙었던 경기는 일자리 사정이 나아져야 본격적으로 풀리게 될 것입니다. 경제에 봄이 오려면 소비가 되살아나야 하는 데 일자리 형편이 좋아지지 않는 한 소비에 온기를 느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IMF위기이후 “아빠 힘내세요~!!”라며...아빠를 응원하는 노래와 메시지가 많이 나왔었습니다. 그런데 이젠 ‘아빠’와 함께 ‘형’이나 ‘오빠’까지 응원해 줘야 할 차례입니다. 다양한 경기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청년은 물론 일자리를 잃은 가장들이 다시 웃음을 되찾을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모두 노력할 때입니다. 경제정책이든 기업의 사업계획이든 그 궁극적 목표는 국민의 행복, 근로자의 행복이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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