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그 느림의 美學

자전거, 그 느림의 美學

최남수 MTN 보도본부장 기자
2009.05.12 16:23

[MTN 세상 그리고 우리는]

좁은 골목길, 그 사이를 이리저리 비켜가며 열심히 패달을 돌리던 세 발 자전거... 누구나에게 남아있을 어린 시절 자전거의 추억. 여러 분에게 자전거는 어떤 기억으로 다가오는 지요? 요즘 들어 대한민국은 이 ‘자전거’가 화제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리는 녹색뉴딜... 녹색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자전거 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자전거’ 관련 주식이 급등을 하고 ‘자전거’를 배우겠다는 사람들도 부쩍 늘고 있습니다. 특히 4대강 사업을 잘 마무리해 국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서울과 지방을 오갈 수 있게 하는 등 전국을 실핏줄처럼 자전거도로로 연결하겠다는 계획... 말 만 들어도 설레는 미래지요.

저에게 자전거는 과거의 숨결입니다. 많은 분들 그러실 겁니다. 자그마한 중소도시에서 자란 저는 자전거를 타고 3년 동안 고등학교를 통학했습니다. 자전거 뒤 받침대에 가방과 도시락을 묶어 매고 오갔던 그 등하굣길, 이제는 아련한 추억이네요. 당시 도로는 자동차와 자전거, 사람이 공존하는 말 그대로 삶의 현장이었지요.

여러분, 혹시 자전거 도둑이라는 영화를 보셨는지요. 2차 대전 후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그려진 흑백 영화인데요. 힘겨운 생활 속에서 호구지책으로 벽보를 붙이는 일을 하는 안토니오는 이리 저리 옮겨 다녀야 하기 때문에 자전거는 생명이나 다름없는 소중한 보물입니다. 그런 자전거를 도둑맞고 범인을 추적하는 안토니오. 결국 자기 자전거를 찾지 못한 채 안토니오는 자신도 자전거를 훔치다 잡히고 맙니다... 전후 이탈리아 서민의 꿈과 좌절을 그린 이 영화처럼 자전거는 우리에게도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삶의 고단함과 추억이 진하게 배여 있는 과거의 흔적입니다.

자전거는 또 그 자체가 느림의 美學입니다. 빠른 것만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초고속의 삶을 살아갑니다. 자동차, KTX에서부터 현재 개발단계에 있는 초음속 항공기까지 '빨리 빨리'가 시대적 명제가 돼 버렸습니다. 남보다 더 빨리 가려 하고 남보다 더 많이 가지려 하고 과속이 생활화돼 버렸죠. 그런데 속도 경쟁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우리가 정말 빠른 걸까요?

지구의 자전과 공전 속도는 얼마나 될까요? 한 번 학창시절로 돌아가 추측해보세요. 혹시 모르셨다면 놀라실 겁니다. 자전속도는 초속 416M, 공전속도는 초속 29KM입니다. 여러 분은 지금 태양추위를 일초에 29KM의 속도로 돌면서 스스로 일초에 416M로 돌고 있는 초고속 행성 위에 살고 계신 겁니다. 빛은 1초에 300KM를 가니 상상이 안가지요.

이만큼 우리가 느린 겁니다. 자전거는 그래서 우리가 본질적으로 가진 느림의 美學과 궤를 같이 합니다. 질주의 착시를 가지고 앞만 보고 달렸던 삶에 주변의 자연과 사람을 돌아다 볼 수 있는 여유를 되찾아 줍니다. 신영복 선생은 말합니다. "자동차를 타고 빠른 속도로 가는 사람에게 1미터의 코스모스 길은 한 점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에게는 가을을 남김없이 담을 수 있는 아름다운 꽃길이 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자전거를 통해 '우선 멈춤!'의 지혜를 갖게 돼 삶의 경제속도를 찾게 되는 겁니다.

자전거는 우리에게 또 '보리밥' 같은 존잽니다. 가난했던 시절 100% 쌀밥을 먹기 어려워 보리를 넣은 혼식 도시락을 들고 다녀야 했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건강식이 되었습니다. 자전거도 마찬가지죠. 자가용 가진 집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시절, 자전거는 우리에게 발이 되어 준 교통수단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레포츠 용품이 됐지요. 강변의 휴식은 물론 체력 단련을 위해 산과 언덕을 누비곤 합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소득수준이 그만큼 올라갔음을 보여 주는 증거가 됐지요. 자전거 타기만으로 심장병 발병 확률이 50% 준다고 합니다.

오늘은 자전거 얘기를 많이 드렸습니다. 이유는 자전거는 우리에게 단순히 대상이고 객체가 아니라 우리의 심장 깊숙이 들어와 있는 문화라는 점을 공유하고 싶어서입니다. '세계 3대 자전거 생산국이 되자!' 같은 경제 산업적 목표도 간과돼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4대 강 살리기와 병행되는 이번 전국 자전거도로 계획이 말 그대로 환경 친화적으로 이뤄져 국민들에게 추억과 느림의 맛을 돌려주는 문화적 대사업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매일 회색 콘크리트 빌딩 안에서 시세 판에 지친 투자자 여러 분들도 자전거를 통해 '녹색의 여유'를 회복하시기를 기대합니다.

#에필로그

"조금만 내 삶의 속도를 멈추면 세상엔 참 볼 것도 많고 생각할 거리도 많다"(여유, 최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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