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형 사모펀드 등장 "강남고객만 오세요"

PB형 사모펀드 등장 "강남고객만 오세요"

김용관 기자
2009.05.25 10:00

공모주·BW·CB 등 투자...5천만원 이상 거액 고객 전용

이 기사는 05월25일(08:30)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특정 투자자를 대상으로 특정 상품에만 투자하는 맞춤형 펀드 설립이 잇따르고 있다. 프라이빗뱅킹(PB) 수요와 투자은행(IB)의 상품 설계가 결합된 것으로, 저금리 기조를 배경으로 빠르게 확산될 움직임이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 강남지역본부는 공모주를 중심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등 주식연계증권(ELB)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를 설정했다. 그동안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선보인 공모주 펀드는 많았지만 사모 방식으로 설정된 건 이례적이다.

펀드규모는 약 80억원으로, 1인당 투자 규모는 최소 5000만원으로 한정됐다. 운용사는 GS자산운용. 투자 대상은 공모주나 BW, CB 등으로, 투자 대상이 없을 경우에는 국공채 등으로 운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한 목표수익률은 약 10% 내외.

또 강남지역본부는 내주 중으로 2차 사모펀드를 설정할 예정이다. 49명까지 선착순으로 가입할 수 있으며 역시 1인당 투자 한도는 5000만원 이상이다. 목표 금액은 50억원 이상으로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이 펀드 운용을 맡는다.

특이한 점은 강남지역본부에 계좌를 갖고 있는 투자자만 이 펀드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타 지역에 있는 사람들은 가입이 불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강남지역본부에서 사모펀드가 인기를 끌자 타 지역에서도 유사한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29,600원 ▼1,350 -4.36%)내 강동지역본부는 50억원 이상 운용 규모의 사모펀드를 설정할 계획이다. 투자대상은 역시 공모주나 ELB. 운용사는 미정이지만 운용방식은 강남본부와 비슷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공모주와 ELB 등 특정 대상에 투자하는 맞춤형 사모펀드를 만든 배경에는 저금리 하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고액 투자자들의 수요가 자리잡고 있다. 은행 예금금리는 3%대 중반에 머물고 있고, 주식시장은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부담으로 쉽사리 투자하기 힘들다.

이같은 점을 보여주듯 4월 이후 기업공개와 주요기업들의 BW 발행, 유상증자 등을 위해 진행된 청약에 총 46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몰렸다. 웬만한 청약엔 1조원대가 넘는 증거금이 몰렸고 청약 경쟁률은 수백대 1을 거뜬히 웃돌고 있다.

증권사 IPO 담당자는 "증시가 살아나면서 일단 물량을 받기만 하면 상장 초기부터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어 개인이나 기관 모두 물량 확보에 매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률이 치열해지자 청약금액대비 수익률에 만족하지 못하는 고객들을 위해 아예 사모펀드를 만든 것이다. 기관투자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공모물량을 많이 받을 수 있다. "기간확약 등의 방법으로 충분한 물량확보에 주력하겠다"는 것을 세일즈 포인트로 잡고 고액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 뿐만 아니라 타사에서도 비슷한 사모펀드를 설정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강남 부자들은 증권사측에 이같은 펀드를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공모주나 ELB 뿐만 아니라 장외파생상품 등의 복잡한 상품들을 요구하는 PB들도 종종 있다"며 "이들의 자금력이 점점 커지면서 IB의 주요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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