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 민간이 살아나는가

[개장전] 민간이 살아나는가

김진형 기자
2009.07.17 08:00

민간소비·투자 회복 징후..'일반화는 이르다'지적도

#9일 실적을 발표한 포스코는 하반기에 판매량과 가동률이 모두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하반기 영업이익은 상반기의 3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텔은 14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3분기 순이익이 애널리스트 평균 추정치보다 높은 7억 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과 유럽의 소비 회복 가능성도 시사했다. 17일 예상치를 웃돈 실적을 발표한 IBM은 올해 순익 전망치를 기존의 주당 9.20달러에서 9.70달러로 상향했다

#LG디스플레이(11,450원 ▲260 +2.32%)는 15일 밀려드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8세대 공장 증설에 나서기로 하고 3조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사장은 16일 올 하반기에 반도체 투자를 재개할 것이며 그 규모는 상반기보다 클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 인텔, IBM, LG디스플레이, 삼성전자의 공통점은 하반기 시장을 낙관적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처럼 수요가 회복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투자를 늘린다는 대목은 투자자들에게 고민거리를 던진다. 하반기 경제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정부 주도로 진행돼 온 경기회복을 민간이 이어받을 수 있는지 여부였기 때문이다. 정부 부양책 효과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민간이 자발적으로 소비나 투자를 늘릴 수 있느냐는 것. 최근 정부가 잇따라 기업들에게 투자 확대를 요청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이 실업률이 오르는 상황에서 민간 소비가 의미있는 회복을 보이기 힘들고 기업 투자 또한 제한적인 수준의 반등을 보일 것으로 예상해 왔다. 그리고 이 때문에 하반기, 특히 3분기 증시는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포스코, 인텔 등 최근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이 시장에 던지는 가이던스와 기업들의 잇따른 투자 재개 소식은 이 같은 전망의 근거를 흔들고 있다. 실제로 민간소비 회복이 쉽지 않다고 전망하던 증권사는 '앞으로 미국의 소비회복 진위 여부를 좀 더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발표된 기업들의 실적과 투자는 민간의 소비나 투자가 살아날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분명 흥미로운 변화이지만 아직은 이들 기업의 움직임을 전체로 일반화하기에는 섣부르다고 지적한다. ‘민간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특정 산업의 특수한 상황인 부분도 강하다는 얘기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나오는 일련의 신호들을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는 있지만 이를 전체로 확대해서 해석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IT 경기는 2004년에 정점을 찍고 하락하며 구조조정을 거쳐 왔기 때문에 IT의 업황 사이클과 전체 경기 사이클은 다르다는 것. 그는 또 “인텔이 말하는 수요가 민간쪽 수요인지 아니면 기업의 재고 축적인지도 아직은 검증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반도체와 LCD는 선행 투자가 중요한 분야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도 “아직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민간으로 완전히 연결돼 민간 자율의 소비나 투자가 원활히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는 찾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경기회복 속도가 빠르지만 이는 우리나라 기업들에 유리한 독특한 환경 탓도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전세계적으로 디지털 TV 수요가 좋다든지, 또 중국의 부양책으로 인해 한국이 수혜를 본다든지 하는 것은 우리 기업들의 상황을 다른 나라 기업들에 비해 유리하게 이끌고 있다는 것.

김 부사장은 하지만 “이를 우리나라 전체 산업을 종합한 경기의 상황지표로 보기에는 이르다”며 “삼성전자가 좋다고 다른 기업들도 다 같이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승현 토러스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 투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상하고 있던 부분이고 실제로 4분기 설비투자는 전년동기에 비해 10% 정도 늘어날 것”이라며 “하지만 정부 정책 효과가 꺾이는 속도에 비해 민간 섹터의 투자·소비 회복 속도는 더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또 “1, 2분기까지와 달리 지금은 시장이 기업들의 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감을 미리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며 “결국 높아진 기대치 이상의 실적을 내지 못하면 주가는 더 상승하기 어려운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김진형 금융부장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진형 금융부장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