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마크만 이겼다고 좋아하는 펀드매니저들이 너무 많다. 투자자들은 벤치마크에 비해 높은 수익률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원한다."
최근 A 자산운용사 사장한테서 들은 얘기다. 며칠 후에 만난 B 자산운용사 사장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경영자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이들의 이야기는 간단하다. 펀드매니저들의 성과를 벤치마크 대비 초과수익률로 평가하다 보니 펀드매니저들이 벤치마크만 추종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처럼 펀드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어도 벤치마크 대비 손실이 작았다는 이유로 '난 그래도 잘했다'고 생각하는 펀드매니저들도 적지 않다고 그들은 덧붙였다. 그러니 투자자들이 떠나는게 아니겠느냐는 말도 했다.
물론 이들의 이야기에 100% 공감할 수는 없다. 절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추구하다 보면 리스크가 큰 투자를 할 가능성이 커진다. 잘 되면 대박이지만 잘못 되면 쪽박이다. 장기투자자들에게 꾸준히 안정적인 성과를 내줘야 하는 펀드가 갈 길이 아닐 수도 있다. 펀드 운용을 개인에서 팀제로 바꾼 것도 펀드매니저 개개인의 '위험한 독단'을 배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벤치마크만 쫓다 보니 나타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액티브형을 표방하는 주식형펀드가 인덱스펀드와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는 현상은 누누히 지적된 사안이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 또는 업종 대표주들은 무조건 편입해 놓다 보니 펀드매니저들이 재량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금 규모는 제한적이다. 펀드별 특색이 없다는 지적도 이 때문에 나온다.
올해 국내 펀드업계는 혹독한 시련기를 보내고 있다. 지수가 상승할수록 투자자들이 돈을 더 맡기는게 정상이지만 오히려 돈을 찾아간다. 본전에 집착하는 성숙하지 못한 투자행태라는 지적도 있지만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도 자리잡고 있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각종 세제혜택도 사라진다. 펀드업계로서는 내년도 쉽지 않은 한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 자산운용업계가 가장 주력할 부분은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이 돼야 할 것"이라는 C 자산운용사 사장의 말은 그래서 더 의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