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新제조업' 뜬다-③]산유국에 20조 원전 수출 개가
지난해 말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건설되는 초대형 원자력발전소 프로젝트는 총
계약금액이 약 20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원전 사업이었다. 한국은 이를 수주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국이 산유국에 버금가는 에너지 수출국으로 도약하는 신호탄이었다.
'검은 황금' 석유의 땅 중동에 한국이 에너지를 수출하는 경이적인 사건이기도 했다. 한국은 원전의 설계·구매·시공부터 준공 후 운영 지원과 연료 공급까지 전 프로세스를 수행함으로써 아랍에미리트의 에너지 인프라를 책임지게 됐다.
최근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 고갈과 온실가스 배출 규제 강화로 새로운 에너지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졌다. 태양광과 풍력 등 친환경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아직은 발전 단가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 면에서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으면서 주 전력원으로 당장 가동이 가능한 원자력 에너지가 다시 전 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원전 건설에 나서는 국가들이 늘면서 시장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 지난 1970년대 원전을 도입한 후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독일에 이어 세계 6위의 원자력발전 국가로 성장한 원전 대국이다. 30년 이상의 원자력 산업 경험과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한 한국형 원자로는 이제 UAE를 시작으로 전 세계의 동력원으로 떠올랐다.
◇1200조원 황금시장을 잡아라
세계원자력협회(World Nuclear Association)에 따르면 2030년까지 총 430기의 원전이 새로 지어져 약 1200조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이 수주한 UAE 원전의 경우 총 4기를 건설하는데 1기를 우선 2017년 5월 1일까지 준공할 예정이다. 이어 12개월 간격으로 3기를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다. 추후 11개까지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요르단 역시 원전 2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최근 연구용 원자로 입찰에서 최우선 협상대상자로 확정돼 향후 건설될 상엉용 원전 2기 역시 수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터키는 흑해 지역에 신형 경수로(APR1400) 2기를 공급하는 것을 현재 한전과 협의 중이며 우크라이나도 조만간 1기 이상의 원전 건설 사업을 발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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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력발전 비중이 높은 신흥 아시아 국가들도 속속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2006년 1월 중장기 국가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고 2016년 최초 원전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 2025년 까지 최소 4기 이상의 원전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태국 역시 2007년 신규 원전 개발계획 수립에 따라 2020년까지 자국 전력 수요의 10%를 원자력으로 공급하기로 결정하고 2020 최초 상업운전을 목표로 총 2기의 원전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베트남도 2006년 발표한 '2020년 까지 평화적 목적을 위한 원자력에너지 이용 전략'에 따라 2020년 까지 2000㎿~4000㎿ 규모의 원전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30년 원전 운영 노하우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주요 선진국에서는 원전 운영을 기피해왔다. 그러나 한국은 꾸준히 원전 건설을 통해 풍부한 건설경험과 우수한 운영실적을 축적해 오면서 후발주자지만 오히려 경쟁국들을 앞섰다는 평가다.
첫 수출의 닻을 올린 한국형 원자로 신형경수로1400(APR1400)는 안전성 면에서 특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설계 초반부터 안정성을 최우선 목표로 해, 원자로 노심의 손상 빈도를 10만년에 한번 미만으로, 원자로 건물 파손 빈도는 100만년에 한번 미만으로 낮췄다. 주요 설비들의 설계수명도 60년으로 늘렸고 내진성능 또한 강화했다.
기존 발전소와 달리 설비를 단순화해 공기를 크게 단축하고 정기의 편의성이 높아진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상부안내구조물과 노심 지지구조물, 하부지지구조물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 기존 발전소와 달리, 노심 지지구조물과 하부 지지구조물이 일체화했기 때문에 상부의 모든 설비들을 한 번에 취급할 수 있어 분해조립과 계획예방정비 소요시간도 획기적으로 감소시켰다.
김쌍수 한국전력 사장은 "한국의 신형경수로 APR1400이 UAE 원전 수주 입찰과정을 통해 세계적인 원전전문가 그룹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며 "한국형 원전의 파워를 세계에 알려 세계 진출의 기회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원전 주기기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터빈 발전기, 핵연료 취급설기, 등 원자로 계통 기기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두산중공업은 소재에서부터 최종 제품 제작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공정을 하나의 공장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일관 생산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처럼 원전 주기기 제품에 대한 일관생산이 가능한 업체는 두산중공업과 프랑스 아레바(AREVA) 두 곳 뿐이다. 또한 원전 주기용 주단소재 공급능력은 두산중공업과 일본 JSW(Japan Steel Works), 프랑스 CFI 등 3개 업체 만이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두산중공업은 2007년에 중국 최초의 제3세대 신형 원전인 산먼, 하이양 원전의 주기기를 수주했고 2008년에는 미국에서 발주된 신규 원전 6기의 주기기를 전량 수주하는 등 최근 20여년 간 세계에서 가장 많은 20여기에 해당하는 원전 주기기를 공급해왔다.

◇범(凡) 국가차원의 산업
원전 사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심도 뜨겁다. 원자력 기술에 대한 전략적 가치와 국가기간산업으로서의 에너지 인프라 구축 지원은 물론 외화획득과 고용 창출과 같은 경제적 효과까지 유·무형적인 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UAE 원전 수출에서 알 수 있듯이 직접수출 규모만 200억달러로 쏘나타 승용차 100만대 또는 초대형 유조선(30만톤급) 180척을 수출하는 금액과 맞먹는 규모다. 건설과 기자재 제작, 시공 등 다양한 산업이 연계되는 초대형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연관 산업에 파급효과도 크다.
원전 사업의 각 분야별로 종합설계는 한국전력이, 원전연료는 한전원자력연료(KNF)가, 정비보수는 한전KPS가 담당하고 기자재와 시공은 각각 두산중공업,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이 맡아 추진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향후 60년 간 원전 수출에 따른 부수적인 산업에서 발생하는 수출효과가 추가로 200억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원전 건설에 필요한 파견인력 등 고용창출 효과도 크다. 지경부는 사업기간 10년 동안 연평균 1만1000명씩 총 11만명의 고용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전 수출을 계기로 해당 국가와 다양한 경제적, 정치.외교적 협력 관계가 수반되는 부대효과는 금전적인 가치를 넘어선다. 에너지와 자원 분야, 전력사업 등 각종 산업인프라 관련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구축해 신도시 건설과 스마트 그리드 등 인프라 시장 진출을 가능케 할 촉매제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원전 건설 증가와 함께 수요가 늘고 있는 중소형 원자로인 '스마트 원자로' 부문에서도 한국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전설계코드와 원자로냉각재펌프 등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핵심기술에 대한 국산화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어 신규 원전 시장 개척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영모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청정에너지이면서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원을 공급할 수 있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UAE의 원전 사업을 수주한 경험을 활용하고 원천 기술을 개발한다면 추가적으로 원전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