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스마트연구회 6차 회의]성과 관리편
# A기업에 다니는 김 대리는 요즘 일할 맛이 안 난다. 자신이 일한 만큼 회사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입사 6년 차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 왔다고 자부하던 그다. 궂은 일,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그게 잘하는 일인가 싶다. '밉상'인 동료가 우수하게 평가받는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다.
# 창업 10년차, 어엿한 중견기업을 일군 박 사장은 최근 고민이 적지 않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직원들의 성과를 계량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내부 불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평가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없느니만 못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김 사장은 그래도 두 눈을 질끈 감는다. 100점짜리 성과 평가는 불가능하더라도 나날이 성장하는 회사를 꾸려가기 위해서는 이런 과정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다.
구성원들의 성과를 평가하고 보상하는 '성과 관리'는 기업 활동 중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직원들의 열정을 북돋을 수도 있고 거꾸로 사기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스마트'한 조직이 될 수 있는냐도 상당 부분 이런 성과 보상 정책의 '성패'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머니투데이와 삼성경제연구소가 함께하는 '워크스마트 연구회'가 지난달 16일 삼성경제연구소 회의실에서 6차 모임을 갖고 '성과 관리'를 주제로 머리를 맞댔다. 주제 발표자로 나선 엄동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드라이브(DRIVE)'라는 저서와 강연을 통해 성과 보상 방식의 혁신 필요성을 설파하고 있는 미국의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의 견해를 소개했다. 미국 엘 고어 전 부통령의 수석 연설문 작성자로도 잘 알려진 핑크는 창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전통적인 '당근과 채찍'식 보상 보다 주도적인 접근을 하도록 만드는 내재적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촛물의 문제'..인센티브는 역효과= 핑크는 지난해 7월 영국 옥스포드에서 열린 TED(기술 오락 디자인에 관련된 강연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미국의 비영리 재단) 글로벌 컨퍼런스에서 '동기 부여'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는 '촛불의 문제'를 이용해 논리를 풀어갔다. 촛불의 문제는 1945년 칼 던커(Karl Duncker)라는 심리학자가 만든 문제로 방에 촛불과 약간의 성냥, 그리고 압정과 압정을 담은 상자를 주고 촛농이 테이블에 떨어지지 않도록 촛불을 벽에 붙여보라는 것이다. 정답은 압정 박스를 벽에 붙이고 그 위에 초를 놓고 불을 붙이면 된다. 많은 사람들은 압정을 이용해서 직접 초를 벽에 붙이려고 하거나 초를 녹여서 벽에 붙이려고 하지만 상자를 이용할 생각은 하지 못한다. 압정을 담아두기 위한 도구로만 상자를 봤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상자를 압정을 담는 용도로만 생각하는 '선입견'을 깨는 데는 대체로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프린스턴 대학에서는 이 촛불의 문제를 인센티브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에 활용했다. 한 그룹에게는 시간을 잰다고 하고 그냥 문제를 풀어보라고 했고, 다른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빨리 문제를 푼 25%에게 5달러를 주고, 가장 빨리 문제를 푼 사람에게는 20달러를 준다고 했다. 그러나 결과는 뜻밖에도 인센티브가 걸린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문제를 푸는데 시간이 3.5분이 더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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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는 "이는 일반적으로 인센티브를 주거나, 보상을 해줄 때 효율이 높아진다는 일반적인 경영의 원칙과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결과"라며 "인센티브가 되려 사람들의 자유로운 생각과 창의력을 막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로 한달 전 런던 정치 경제 대학의 경제학자들도 성과주의를 도입한 51개 기업의 사례를 조사한 결과도 경제적 인센티브가 전체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고 덧붙였다.
◇24시간 자유 줬더니..= 핑크는 단순하고 명확한 작업을 수행할 때는 보상이 위력을 발휘하지만 촛불의 문제와 같은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한 문제에 있어서는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자기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내재적 동기를 마련해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핑크는 호주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아틀라시안이라는 회사의 예를 소개했다. 아틀라시안은 1년에 몇 번 회사의 엔지니어들에게 24시간 동안 정규 업무를 중단하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이나 그 외 자유로운 일을 하도록 했다. 엔지니어들은 이 24시간 동안 코드를 수정하거나, 기발한 제품 아이디어를 만들어 냈다. 효과가 크게 나타나자 이 회사는 '자율 시간'을 전체 일과 시간의 20%로 끌어올렸다. 핑크는 "그들은 (그 시간을 통해) 그들의 시간과 작업과 팀과 기술의 주도권을 갖게 됐다"며 "구글 역시 지메일, 오컷, 구글뉴스 같은 그 해의 절반 정도의 새로운 생산품들은 자율을 부여하는 20%의 시간을 통해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베스트바이 '자율은 최대 결과만 체크'= 핑크가 강조하는 것처럼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해 내재적 동기를 부여하는 경영방식으로 ROWE(Results Only Work Environment)라는 것이 있다. ROWE는 결과만 내면 일하는 방식이나 근무 장소 등에는 아무런 제약을 두지 않는다. 가장 성공적으로 적용한 기업으로 미국 최대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가 꼽힌다. 베스트바이가 적용한 ROWE 가이드를 보면 '모든 직원들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일할 자유가 있다' '매일을 토요일처럼 느낀다' '오후 2시에 출근하거나 오후 2시에 퇴근해도 무방하다'는 등의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베스트바이는 프로그램 속성상 미국 연방법의 규제를 받는 매장의 현장 근무자에게는 적용하지 못했지만 본사 스태프 인력에 이 방식을 적용해 큰 효과를 거뒀다. 도입 초기 300여명을 대상으로 시범 실시한 결과 3개월 후 이직률은 14%에서 0%로 감소한 반면 임직원 만족도는 10% 상승했다. 1년 후 프로그램은 전사로 확대됐으며 생산성 증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2005~2007년 동안 ROWE를 적용한 팀의 생산성은 다름 팀에 비해 41% 향상 됐고, 자발적 이직률도 9분의 1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엄 박사는 "ROWE 도입을 위해서는 측정가능한 명확한 업무 목표, 관리자 승인 없이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율권, 회사와 종업원 간에 높은 신뢰 관계가 뒷받침한다"며 "특히 신뢰라는 것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런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