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던 국제 원자재(상품)값이 급락하면서 주식시장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품시장발(發) 하락장세 가능성을 두고 전망이 엇갈린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뉴욕상품시장에서 원유·금·은·구리 등은 5~15% 하락했다. 금·은 등의 이 같은 하락세에 옥수수·면화·밀 등 농산물 가격도 주저앉았다.
6월말로 예정된 미국의 2차 양적완화 종료 우려와 함께 양적완화 등 잇따른 경기부양 조치에도 미국 내 고용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데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인상을 늦추면서 달러화가 강세로 전환한 것도 원자재값 하락을 부추겼다. 앞서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에 따른 달러 약세는 원자재값 상승을 이끈 가장 큰 요인이었다. 달러 가치 하락으로 국제 유동성이 원자재 시장으로 방향을 틀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불러왔다.
원자재값 상승세가 흔들리자 일부 발빠른 헤지펀드와 투자은행(IB) 상품 트레이더들이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가격 하락세를 더 부채질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펀드 주식 가격이 금이나 은 등의 가격과 나란히 움직이도록 설계된 상품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대거 돈이 빠져나갔다. 지난 한 주 미국 아이셰어스 은ETF에서만 6조5000억원이 빠졌다.
시장에선 원자재값 급락세가 이어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 증시도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상품시장 약세 요인 중 하나가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에 따른 유동성 축소 우려라는 점에서 그동안 글로벌 유동성에 기댄 증시 상승세가 수그러드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증시만 해도 지난 3일부터 4거래일째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9일 코스피지수는 2139.17로 마감, 4거래일 동안 4% 넘게 하락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2차 양적완화 종료 이후 추가 조치는 없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달러 강세와 원자재값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고 말했다.
마주옥 키움증권 연구원은 "상품시장이 주식과 함께 위험자산군으로 분류돼 온 만큼 원자재값 하락이 국내 증시의 조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유가 등 원자재값 하락세는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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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원자재값 조정은 일시적인 속도조절일 뿐 장기 상승세는 끝나지 않았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급락은 투기자금 이탈에 따른 일시 조정"이라며 "상품가격과 신흥시장 주가는 추세를 결정하는 실물수요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이번 사이클에서도 동일한 행보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최근 원자재값 하락으로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 경제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되면 증시에 수혜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진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상품가격 안정화는 신흥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시킬 수 있다"며 "연초 글로벌 유동성 이탈을 촉발시킨 신흥국의 통화긴축 우려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