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열린 종편 집중분석3-1]해외수출·케이블판매·PPL도 어려워
종합편성채널(종편)의 출범은 드라마 제작사들에게 분명 기회다. 종편 4사들이 예능은 주로 직접 제작하는 반면, 주중·주말·일일 드라마 등 대부분을 독립제작사에 맡겼기 때문이다. 특히 일 년에 한두 작품을 만들기도 힘들었던 중소형 제작사들에게는 새로운 출구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제작사들이 기대하는 '대박'은 거두기가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제작비가 인상됐다곤 하지만 인프라가 부족하고 스타섭외나 간접광고(PPL), 해외수출, 케이블판매 등 영업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스타 원하는 종편들…제작비 많아도 인프라 열악
드라마 제작사들에 따르면 종편들이 요구하는 드라마 제작의 최우선 조건은 무엇보다도 '한류 스타'의 출연이다. 개국에 맞춘 탄탄한 내용의 대작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제작비를 충분히 주고 자유로운 제작환경을 보장하겠다는 단서도 붙었다.
그동안 방송사들은 제작의 50~70%만 주는 경우가 많았지만, 종편은 예상 제작비의 80%까지 지급했다.
하지만 제작사들은 '후한 제작비'보다도 '인프라의 부족'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지상파 프로그램은 지상파 방송국의 세트장, 미술팀 등을 활용할 수 있지만 종편은 세트장과 인프라가 거의 없어 제작사들이 '알아서' 조달해야한다.

한 종편 프로그램 제작사 대표 A씨는 "촬영세트는 물론이고 분장, 미술 등 인프라, TV, 장롱 등 소품도 직접 조달해야하니 결국은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가더라"고 말했다.
한 드라마 제작사는 이미 수도권의 촬영 세트장 예약이 꽉 차 전라도까지 내려가 촬영을 하기도 했고, 세트장을 잡은 뒤에도 조명 장비 등을 모두 대여해 설치해야했다. 지상파의 경우 방송국들이 지급했던 녹화 테이프도 일일이 구매했고, 편집실·녹음실 등 대부분의 시설은 외부를 빌려야 했다. 이 제작사 대표는 회당 2억원으로 예상했던 종편 드라마의 제작비가 2억 7000만원~3억원까지 늘어났다고 말했다.

◇해외수출,케이블판매,PPL도 어려워…제작비만 '의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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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들이 제작비 외 수익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간접광고(PPL)도 여의치 않다.
다른 드라마 제작사 대표 B씨는 채널도, 시청률도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에 PPL을 요구하긴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다른 방송에서 줄을 섰던 대기업의 가전제품 협찬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떤 PPL을 협찬 받을 것을 고민한 게 아니라 PPL 자체가 가능할까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죠. 아직은 PPL이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일부 종편은 PPL 수익을 배분하자는 제의도 내놓았다. PPL은 지상파 방송국들은 건드리지 않는 제작사의 부가 수익원이다. 만약 PPL을 받더라도 종편과 수입을 5대5로 나눈다면 실제 제작사로 유입되는 비용은 수수료를 제외하고 전체의 30%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편당 4000~5000만원을 받던 케이블 부가판권도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작사들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아직까지는 CJ와 같은 대형 케이블 회사들이 종편의 드라마를 사줄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해외 판권과 부가 판권 판매도 해결해야할 문제다. 보통 해외 판권은 방송국이 맡아서 수출계약을 맺는 게 관례였지만, 종편은 아직 이 같은 인프라가 없기 때문이다.
앞서 CJ E&M은 내년에 870억원을 들여 자체 제작 드라마를 총 26편 내놓겠다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재방송용 드라마 구입을 끊겠다는 내부 움직임도 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케이블에 드라마를 팔 수 있는 채널은 드라맥스 하나만 남아 대다수 종편 드라마제작사의 2차 수익 통로가 차단되는 셈이다.
종편 등장으로 드라마 제작사의 양극화가 초래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 된다. 현재 종편 드라마 제작에는 '중소형'제작사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지만, 결국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수출할 수 있는 일부 '메이저제작사'들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PD는 "해외나 케이블 판매가 어려운 상황에 제작비로 대박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제작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방송사와 제작사와의 '권리관계'를 어떻게 맺느냐가 중요할 텐데 중소형사의 경우 점점 설자리가 좁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엔터산업팀=김동하,김건우,김하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