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받으세요. 카톡으로…' LGU+가 배신을?

'전화받으세요. 카톡으로…' LGU+가 배신을?

송정렬 기자
2012.06.07 16:31

[송정렬의 테크@스톡]

"선배 안녕하시죠. 카톡 안쓰세요. 전화받으세요. 카톡으로…."

몇 개월전 미국 뉴욕으로 연수를 간 후배로부터 날아온 문자다. 하던 일을 마치고 스마트폰의 카카오톡 앱을 실행해 보니 첫 번째 통화는 불발. 카카오톡 설정에 들어가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보이스톡 날개 우선적용 신청'을 클릭하고, 후배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통화품질은 그리 좋지 않아 목소리를 높여야 했지만, 반가움을 나누기엔 충분했다.

기술의 진보는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 줄 뿐 아니라 경제발전을 촉진한다. 조지프 슘페터는 기술혁신을 통해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변혁을 일으키는 과정을 '창조적 파괴'로 정의하고, 자본주의의 역동성을 가져오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그렇다고 기술의 진보가 항상 시장이나 모든 시장주체들로부터 환영을 받는 것은 아니다. 기존 시장이나 체제에서 기득권을 누리던 기업이나 사람들이 창조적 파괴의 아픔을 순순히 감내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누구 좋으라고'.

전 국민의 모바일메신저로 자리매김한 카카오톡의 m-VoIP서비스인 '보이스톡'를 둘러싼 산업계의 갈등이 첨예하다.위메이드(21,750원 ▲800 +3.82%)등 카카오와 관련이 있는 업체들의 주가가 널뛰기를 하는 등 증시도 관련업체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사실 m-VoIP는 통신시장에서 새로운 이슈는 아니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전화업체인 스카이프나 바이버 등 인터넷전화 전문 업체들 뿐 아니라 마이피플, 라인 등 포털의 모바일 메신저들도 무료 통화서비스를 제공중이다.

문제는 카카오톡이 4600만명이라는 거대 가입자 기반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가장 모바일 친화적이며, 공짜 통화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수고로움을 감수할 수 있는 위험한(?) 고객군이라는 점이 통신업체들을 가위눌리게 만든다.

SK텔레콤(79,900원 ▼100 -0.13%),KT(60,800원 ▲1,100 +1.84%),LG유플러스(16,100원 ▲150 +0.94%)등 통신업체들은 이번에도 외부의 적 앞에서는 '우리가 남이가' 식의 일사분란한 대응태세를 보여줬다. m-VoIP는 궁극적으로 통신업체들의 음성통화시장을 잠식, 투자를 위축시키는 등 산업질서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밥통 지키기를 위해선 늘 강철같던 통신업체들의 대오에도 균열이 발행했다.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요금제에 상관없이 m-VoIP를 허용하겠다는 폭탄 선언을 한 것이다. 5만2000원짜리 이상 요금제를 쓰는 가입자들에 대해서만 m-VoIP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조치를 취한 SK텔레콤과 KT입장에선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LG유플러스의 배신일까. 왜 LG유플러스는 그런 선택을 했을까.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시장의 만년 3위 사업자다. 이동통신 가입자수는 3월말 기준 955만명으로 SK텔레콤(2656만명)과 KT(1660만명)에 비해 한참 뒤쳐진다.

때문에 당장 4600만명에 달하는 카카오톡 가입자중에서 일부라도 m-VoIP를 사용하기 위해서 기꺼이 자사로 이동한다면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가입자 한명이 이통사에 얼마나 많은 요금을 내는지를 의미하는 월평균가입자당매출(ARPU)다. LG유플러스의 ARPU는 3만1504원으로 SK텔레콤(3만9126원)에 비해선 한참 뒤처지고, KT(3만2591원)에 비해서도 열세다. 그만큼 LG유플러스엔 경쟁사에 비해 요금을 많이 내는 알짜 가입자들이 적다는 것이다.

m-VoIP를 쓰기 위해 가장 싼 LTE42 요금제에 가입해도 사용자는 월 4만2000원을 내야한다. LG유플러스의 ARPU에 비해선 1만원 이상 높다. 더구나 기본적으로 LTE42요금제에 가입하면 LG유플러스는 쓰던 안쓰던 200분의 음성통화 요금을 챙긴다. 특히 자사 음성통화는 통화품질을 보장해야해서 불통사태가 나면 경우에 따라선 보상금까지 물어줘야하지만, m-VoIP의 통화품질은 알바 아니다.

통신 전문가들은 "당장 가입자만 늘어나도 m-VoIP 통화품질이 매우 떨어질 것"이라며 "통신사가 통화품질을 보장하는 m-VoIP라면 몰라도 통화품질이 보장되지 않는 기존 m-VoIP가 기존 음성통신시장을 잠식하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렇다고 m-VoIP 논란을 통신업계의 엄살로만 치부하기엔 기술진보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업계에서는 통신사들이 음성통화를 공짜 미끼상품으로 제공하는 시대가 머지 않아 펼쳐질 것으로 예상한다.

신기술이나 기술진보는 어느 기업엔 기득권이나 밥통을 위협하는 도전이지만, 어느 기업에는 시장을 재편하거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회가 된다. 투자자들이 신기술의 등장에, 더나아가 신기술로 촉발되는 시장이슈나 논란에 주목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