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중단 각오로 지킨 '겨울연가' 아직 효자 콘텐츠

방송중단 각오로 지킨 '겨울연가' 아직 효자 콘텐츠

김건우 기자
2012.06.29 10:31

팬엔터테인먼트 박영석 회장, OST 개척자

'한류'의 원조격인 '겨울연가'는팬엔터테인먼트(1,620원 ▲40 +2.53%)(이하 팬엔터)에 여전히 수익을 안겨주는 알짜 콘텐츠다. 2002년 드라마 제작 당시 저작권을 어렵사리 확보해놓은 덕분이다.

팬엔터의 박영석 회장(55·사진)은 윤석호 감독과 의기투합해 '겨울연가'를 제작하기로 결정했을 때 드라마 제작보다 OST로 수익을 올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음반과 달리 드라마의 저작권은 모두 방송사가 갖는 게 관행이라는 얘기를 듣고 고민에 빠졌다.

"저작권을 넘겨주면 제작사가 설 자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방송 중단까지 고민하며 협상한 끝에 권리를 확보했죠."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확보한 저작권은 팬엔터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10억원이 넘는 로열티 수입이 들어온 것이다.

현금유동성이 높아진 팬엔터는 방송사의 지원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작품을 만들며 외형을 확장해나갔다. 지금도 드라마 제작 때 저작권의 절반 이상을 확보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팬엔터는 그간 '장밋빛인생'(2005년) '신의 저울'(2008년) '찬란한 유산'(2009년) 등 드라마 33편, '6시 내고향' '모닝와이드' 등 교양프로그램 10여편을 만들었다.

박 회장은 성공한 드라마제작자 이전에 OST시장의 개척자로 평가받는다. 94년 윤석호 감독의 데뷔작 '내일은 사랑' OST를 시작으로 '서울의 달' 등 히트작을 내놨다.

과거 OST는 경음악 위주였으나 그는 '내일은 사랑'에서 국내 최초로 배우가 직접 부른 노래를 내보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지금은 톱스타인 이병헌, 고소영 등이 함께 노래를 불렀고 60만장 넘게 팔릴 정도로 반응도 뜨거웠다.

'서울의 달'에서 가수 장철웅이 부른 '서울, 이곳은'이 빛을 본 것도 박 회장 덕분이다. 이미 발매됐다가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사라졌던 이 곡은 제비족으로 성공을 꿈꾼 한석규의 애환을 담은 '서울의 달'이 시청자의 사랑을 받으면서 뒤늦게 인기를 얻었다.

음반사업을 하던 박 회장이 드라마를 제작하게 된 이유는 뭘까. 지난 26일 서울 상암동 신사옥에서 만난 그는 집안에서 트렌드 변화를 확인한 게 계기였다고 말했다.

"2000년 아들녀석이 음반을 사지 않고 음악을 다운로드받더군요. 그때 드라마로 눈을 돌렸습니다." 그 무렵 전국적인 사랑을 받던 싸이의 '새'를 제작했지만 10만장이 채 팔리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음반시장에서 외도를 모색하면서 나온 게 '겨울연가' 제작의 출발점이었다.

이정현, 싸이, 이상우 등의 음반제작을 맡았던 박 회장은 '겨울연가' OST 사업에서 남다른 수완을 발휘했다. 한국OST는 그때까지만 해도 일본시장에서 유통 기회조차 잡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는 '겨울연가' OST 판매를 원한 일본회사가 나타나자 한국에서 직접 수입해가라고 요구했다. 콘텐츠가 좋으면 통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결국 일본업체는 모두 200만장을 수입했고 팬엔터는 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는 아질 갈 길이 멀다고 했다. "'해를 품은 달' 시청률이 40%를 넘었지만 즐겁지 않았습니다. 아직 제작사는 방송국에 콘텐츠를 배달하는 퀵서비스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다행히 박 회장이 20여 년간 공들여 온 결실이 서서히 맺어지고 있다. 팬엔터의 성장을 뜻하는 게 아니다. 외주제작사에 권리를 많이 주도록 제작환경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고, 드라마 OST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각광받고 있다.

올해 '해품달' '적도의 남자' '각시탈' 등 제작한 드라마도 모두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각시탈'은 톱스타가 출연하지 않지만 수목극 1위 자리에 올라섰다. 업계는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를 소화하는 팬엔터 시스템 덕분으로 평가한다.

그는 엔터테인먼트에 관심 있는 젊은이들에게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대한 시장의 불신 벽을 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내 일도 못하면서 무조건 눈을 돌리는 건 실패할 확률이 높다"며 "스스로 자신 있는 분야를 탄탄히 다질 때 기회가 온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건우 기자

중견중소기업부 김건우 기자입니다. 스몰캡 종목을 중심으로, 차별화된 엔터산업과 중소가전 부문을 맡고 있습니다. 궁금한 회사 및 제보가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