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신규펀드만 재형·장기펀드 허용.."정책기조 역행 상당수 자투리 전락" 우려
내년 비과세 재형저축(이하 재형펀드)과 소득공제 장기펀드 도입을 앞두고 펀드시장에선 자투리펀드 양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당국이 관리, 감독의 편의를 이유로 신규펀드로만 재형펀드와 장기펀드를 취급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유럽위기로 펀드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신규 재형펀드와 장기펀드가 경쟁적으로 출시될 경우 상당수는 자투리펀드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신규펀드뿐만 아니라 기존펀드로도 재형펀드와 장기펀드를 취급할 수 있도록 해 펀드 남발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투리펀드란 설정액 50억원 미만의 소규모펀드를 말하는 것으로 펀드운용의 효율성 저하, 투자자 보호문제 등 국내 펀드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자투리펀드 청산 작업에 벌이고 있지만 펀드시장 침체로 그 수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재형·장기펀드는 '자투리' 폭탄?= 19일 정부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재형펀드와 장기펀드의 대상을 내년 1월1일 이후 새롭게 설정(설립)된 펀드로 제한하기로 했다.
기재부 금융세제팀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와 논의한 결과 기존펀드로 운용할 경우 관리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어 신규펀드로 한정하기로 했다"며 "새로운 투자상품인 만큼 신규펀드로 취급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에서 재형펀드와 장기펀드 활성화를 위해 수수료 인하도 고려하고 있다"며 "이 경우 기존펀드는 수수료 체계를 바꿔야 하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자산운용사가 내년에 재형펀드과 장기펀드를 출시하기 위해선 요건에 맞는 신규펀드를 만들고 금융당국의 인허가절차를 받아야 한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이 자투리펀드를 양산시켜 국내 펀드산업의 비효율성만 높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 운용사 대표이사는 “자금이탈로 기존펀드마저 소형화되는 상황에서 신규펀드만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정부 방침대로라면 내년 1월 수십개 상품들이 쏟아질 텐데 이는 지금까지 정책기조와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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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금감원에 등록된 운용사는 82개사로 이중 재형펀드과 장기펀드를 모두 취급할 수 있는 종합 운용사는 46개사다. 이들 운용사가 내년 초 재형펀드와 장기펀드를 각각 1개씩만 내놔도 최소 92개의 신규펀드가 쏟아지는 셈이다.
이는 올 들어 신규 설정된 공모형 증권펀드(주식+혼합+채권형, 10일 기준 96개)와 맞먹는 수준이다.

◇"펀드 2개중 1개 자투리..대형화 절실"= 업계관계자는 “재형저축과 장기펀드의 가입대상이 연소득 5000만원 미만으로 제한적이어서 시장초기 자금유입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더욱이 지금과 같은 시장상황이라면 신규펀드 상당수는 자투리펀드로 전락해 그간의 정리 작업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자투리펀드 청산 작업을 실시해 최근까지 100여개를 정리했지만 펀드시장 침체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실제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6일 현재 공모형 증권펀드는 총 2425개로 이중 자투리펀드는 52.3%(1268개)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자투리펀드 수(1379개)는 줄었지만 전체 비중(2561개 중 53.8%)은 비슷하다.
특히 올해 신규 설정된 142개 공모형 증권펀드 중 약 60%가 설정액이 50억원을 밑도는 등 자투리펀드는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펀드 남발을 방지하고, 펀드 대형화 등 건전한 시장발전을 위해선 재형저축과 장기펀드도 퇴직연금처럼 신규펀드는 물론 기존펀드로도 취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운용사 한 상품개발 담당자는 “기존펀드에 별도 클래스를 신설하는 방식으로 운용하면 대형화를 유도할 수 있고, 투자자간 수수료 차별화도 가능하다”며 “시행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보다 발전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