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 지속, 연초 사업계획 수립 보류 잇따라…수입많은 기업 그나마 다행
# 전체 매출의 80%가량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코스닥상장사 A사 대표는 올해 사업계획 수립에 골치를 앓고 있다. 다름 아닌 환율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060원마저 무너지면서 환율 공포가 수면위로 부상한 가운데 올해 사업계획에 환율을 어떻게 반영해야 할 지 도대체 감을 잡을 수가 없다. 더욱이 올 연말 원/달러 환율이 1000원 이하로 내려갈 수 있다는 흉흉한 전망까지 잇따르면서 고민을 더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속락하면서 수출비중이 높은 중소기업들이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더욱이 불안한 환율 탓에 올해 사업계획 마저 차질을 빚고 있자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지난 1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5.7원 내린 1054.7원으로 마감했다.
해상장비개발 업체인 B사는 올해 사업계획서에 환율을 지난해보다 50원 낮춘 1050원으로 반영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이를 보류했다. 올 들어서도 환율 하락이 심상치 않은데다, 지난주 1060원마저 무너지자 1050원도 안전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B사 대표는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원/달러 환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지난해대비 최대 낮춰 잡았다고 판단했는데도 최근 환율 하락추세를 보면 도저히 안심할 수가 없다"며 "일단 상황을 지켜본 후 사업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외 IT기업에 소재를 납품하는 C사는 지난해 말 수정한 환율을 또다시 수정할 계획이다. 지난해 1100원에서 1080원으로 낮췄지만, 올 들어 환율이 거듭 하락하면서 추가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C사 관계자는 "솔직히 1060원도 생각해보지 못했다"며 "새 정부 출범에 맞춰 환율에 대한 범정부차원의 대책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새해 들어 환율 하락이 지속되는데다 올해 전망도 부정적이다보니 일단 최대한 보수적으로 환율을 낮춰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수출과 수입비중이 비슷한 장비 제조업체 E사는 올해 사업계획서에 일단 전년과 같은 수준의 환율을 적용키로 했다. 이 회사는 환율이 5% 상승 시 10억원가량의 이익이 발생하는 반면 5% 하락할 경우 1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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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사 관계자는 "지난해에 환율을 1050원으로 보수적으로 설정해 놓았다"며 "올해도 작년과 같은 수준으로 설정했는데, 수출입 비중이 비슷하다보니, 비관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수입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바이오기업인 D사는 올해 환율을 기존 1100원을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수출보단 미국 임상실험 등 해외지출비용이 많다보니 환율 하락이 오히려 실적에 도움이 되고 있기 때문.
D사 관계자는 "수출보단 수입이 많다보니 일찌감치 환율을 보수적으로 설정해 놓은 상태"라며 "당장 환율을 조정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