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을 못 믿는 거죠. 그게 문제입니다." 금융통화위원회를 하루 앞둔 8일 채권시장 관계자가 주저하다 꺼낸 말이다. 시장의 '플레이어' 입장에서 정책 당국에 대해 언급하는 게 곤혹스럽다던 그는 익명을 전제로 속내를 비쳤다.
그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느냐 유지하느냐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시장의 불확실성을 얼마나 줄여주는지다"라며 "한은은 이 점에서 절대적으로 실패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최근 한달새 채권시장은 불확실성의 절정을 달리고 있다. 역대 최저금리를 기록했던 국채 금리가 이틀새 23bp(0.23%포인트) 치솟았다 보름여 만에 다시 최저금리를 찍었다. 기준금리가 한차례 이상 변동했을 때나 나타나는 등락이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째 이어진 기준금리 동결 기조 속에서, 그것도 거래일 기준으로는 20일 남짓한 사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금리가 출렁이면서 국채시장은 '외국인 투자자의 ATM(현금인출기)' 신세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하루에 1조~2조원의 외국인 자금이 한꺼번에 빠졌나갔다가 들어오는 일이 뉴스거리가 안 될 정도가 됐다.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려던 기업들은 '삼한사온' 금리에 발행비용이 늘었다 줄었다 하면서 "펀더멘탈보다는 운"이라는 자조를 늘어놓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한은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마다 어김없이 시장에선 '예상 밖'이라는 표현이 따라붙었다. 이미 지난해부터 시장과의 간극이 적잖았다는 얘기다. 한은이 시장의 예상이나 바람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은의 독립성은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가치다. 다만 한은과 시장 사이의 간극이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게 문제다.
금리 결정권자에게 필요한 덕목은 시장 참가자를 이해시키는 노력이다. 한은의 표현대로 시장과의 간극이 벌어지는 이유가 오해 때문이라면 이를 풀도록 충분한 설명이라도 해야 한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9일 금통위에서 어느 쪽의 손을 들어 줄지를 놓고 여러 해석을 나열할 생각은 없다. '수다쟁이'가 돼야 할 쪽은 오히려 한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