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주식 담보, 오는 10일 이사회에서 의결…과중한 재무부담 해소 차원
현대상선이 현대증권 주식을 담보로 EB(교환사채)를 발행, 최대 500억원을 긴급 수혈한다.
1일 해운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현대상선(20,750원 ▼100 -0.48%)은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증권 지분을 기초로 400억~500억원 규모의 EB를 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현대증권 보통주 4403만3676주(25.90%), 우선주 903만7060주(13.57%) 등 합산지분 22.43%를 보유하고 있다.
주당 교환가액은 8000원 이상으로 당초 8600원 수준을 계획했다가 최근 현대증권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다소 낮추기로 했다. 전날현대증권종가는 7650원이다. 사채 인수에는 산은캐피탈 등 3~4개 기관이 참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오는 10일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의결할 예정이다.
EB는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나 다른 회사 주식을 특정 가격에 교환해 주기로 약속하고 발행하는 사채다. 발행 후 1년 뒤에 주식 전환을 청구할 수 있는 BW(신주인수권부사채)나 CB(전환사채)와 달리 발행 1개월 뒤부터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발행사 입장에선 교환권리가 행사되더라도 신주가 발행되지 않는데다 1~2% 안팎의 저금리에 발행, 이자 부담이 적다는 이점이 있다. 또 자사주를 블록딜(대량매매)로 처분할 경우 8~15% 할인 처분되는 데 비해 현재 주가보다 오히려 할증 발행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시장 관계자는 "최근 EB 발행으로 자금조달에 나서는 상장사가 크게 늘고 있다"며 "하루 평균 거래량이 적은 곳도 블록딜보다 EB 발행이 용이하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도한미반도체(293,500원 0%), 윈포넷, 태평양물산이 260억원 규모의 EB를 발행했다.
현대상선이 대규모 EB 발행에 나선 것은 과중한 부채 부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만 5월 2000억원, 10월 2800억원 등 5000억원에 달한다. 해운업 업황이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만기연장(롤오버)에 성공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점 때문에 현금상환 부담이 크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9885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여기에 현재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전체 회사채 1조7400억원의 이자만도 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6248억원으로 회사채 상환과 이자 지급만으로도 빠듯하다. 회사채 외에 5조원에 달하는 금융권 차입금 중 일부 부채와 이자까지 감안하면 녹록한 상황이 아니다.
계열사인 현대로지스틱스 IPO(기업공개) 성사 여부도 재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는 7월까지 현대로지스틱스가 상장하지 못하면 현대상선이 재무적투자자(FI)인 우리블랙스톤사모투자펀드(PEF)에 투자원금 1000억원과 이자를 갚아줘야 한다. 현재 PEF 측과 만기연장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지만 만약의 사태를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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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이 현대그룹 순환출자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이번 EB 발행 성공 여부는 그룹 지배구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상선은 현대엘리베이터와 함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현대글로벌→현대로지스틱스→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로지스틱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축이다. 현대상선이 흔들릴 경우 이 구조가 틀어지면서 그룹 경영권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을 경우 그룹 전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이번 EB 발행에 시장 안팎의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