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쇼크 불똥, 회사채도 흔들

어닝쇼크 불똥, 회사채도 흔들

심재현 기자
2013.04.26 18:24

기업들의 '어닝쇼크'가 회사채 시장으로 옮겨붙을 조짐이다. 건설사를 시작으로 실적 부진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자금조달 여건이 팍팍해지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이날 15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금리 4.26%에 발행했다. 같은 신용등급(A)인 한미약품이 이날 발행한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5년물 금리(3.75%) 보다도 50bp(1bp=0.01%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지난 18일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한화건설 회사채에 투자하겠다고 나선 기관투자자 수요는 발행물량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유효수요가 700억원으로 희망가산금리(1.55~1.70%)의 상단으로 발행금리가 결정됐다.

시장에서는 실적 우려에 발목이 잡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 대형 건설사의 잇단 어닝쇼크 불똥이 컸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채권 애널리스트는 "한화건설의 경우 지난해부터 이어진 건설업종 침체 분위기 속에서도 이라크 수주 이슈로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잇단 업계 악재에 묻혔다"고 말했다.

최근 적자 우려에 시달리고 있는 아시아나항공도 비슷한 경우다. 아시아나항공은 30일 3년물 1100억원과 5년물 400억원 등 총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기관투자자를 한 곳도 못 모았다. 당초 1분기 영업이익이 기대됐지만 최근 영업적자로 전망이 180도 바뀌면서 투자심리 개선에 실패했다. 아시아나항공과 발행 주관 증권사는 오는 30일 청약 때까지 추가 수요를 최대한 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포스코에너지의 경우 1000억원 모집에 300억원의 기관투자가 수요를 모으는 데 그쳤다. 원재료인 LNG(액화천연가스) 가격은 올랐는데 전력판매가격의 하락으로 영업이익이 41%나 감소하면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자금시장에서는 1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되면 이런 사례가 급증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당장 건설업 리스크의 장본인인 GS건설도 당분간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날 국제신용평가사인 S&P는 GS건설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강등했다. 'BB+' 이하부터는 투기등급에 해당한다.

국내 신평사에서는 아직 신용등급 'AA-'를 유지하고 있지만 등급전망이 '부정적'인 만큼 하향 조정 가능성이 적잖아 추후 회사채 발행에 나설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앞서 GS건설은 1분기에만 총 5354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실적 부진 우려가 커지고 있는 4대 금융지주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지난 23일 5년물 1000억원, 7년물 800억원, 10년물 1200억원을 각각 발행금리 2.90%, 2.99%, 3.11%에 발행하는 데 성공했지만 차후 자금조달을 두고 고민이 적잖다는 후문이다.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78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앞서 신한금융지주는 일괄신고를 통해 올해에만 1조6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중견기업 자금 담당 관계자는 "실적 우려가 큰 업종의 경우 투자자들이 신규 발행은커녕 차환 발행 얘기에도 손사래를 치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장사도 안 되는 데다 자금줄까지 막히니 벼랑 끝에 몰린 심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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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특파원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입니다. 뉴욕에서 찾은 권력과 사람의 이야기. 월가에서 워싱턴까지, 미국의 심장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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