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디렉터]

지난 5월부터 글로벌 채권시장을 긴장상태에 빠뜨린 단어가 있다. 테이퍼링(Tapering)이 주인공.
우리말로 하면 '축소(縮小)' 정도가 적당하겠다. 5월 22일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위원회(FRB) 의장은 의회연설을 통해 지난해 9월부터 실시해 오던 양적완화 정책(QE3)을 올해 내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 내년인 2014년 중반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테이퍼링 이슈가 글로벌 채권시장에 충격을 준 요인은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미국경제가 더 이상 중앙은행의 도움없이도 나갈 수 있는 체력을 회복했다는 것이다. 올 들어 미국 민간의 빚 갚기 노력(deleveraging)이 마무리되면서 경제지표의 핵심인 고용지표와 제조업 심리지수는 개선속도가 빨라졌고, 부실의 원흉이었던 주택시장은 가격이 전년대비 10% 이상 올라가면서 미국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경기가 개선되면 안전자산인 채권의 인기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더군다나 정책의도로 역사적 저점을 기록한 금리수준을 감안하면 지금의 경기회복 기대에 따른 금리상승은 불가피하다.
둘째는 연준의 채권매수 공백에 따른 수급부담이다. FRB는 매월 국채와 MBS(모기지)채권 850억달러를 매수하면서 채권시장의 큰 손 역할을 하고 있는데, 당장 연준이 채권을 사주지 않는다면 미국채 수요가 줄면서 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불안이다.
글로벌 안전자산의 대장역할을 하는 미국금리 상승은 전세계적인 금리급등을 야기했다. 테이퍼링 이슈가 불거지기 전인 5월 초 1.6%대였던 미국채 10년 금리는 8월 들어 2.9%까지 1.3%포인트 급등했고, 대부분 국가들의 금리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왔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고민은 여기서 다시 출발한다. 테이퍼링을 선방영해 급격히 높아진 금리가 실물경제에 부담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올해 실질 성장률이 2%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유럽은 최근 나아졌지만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먼저 급격히 올라버린 금리는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에 부담이라는 인식이 높아졌다. 미국의 부동산관련 업종의 주가는 금리급등이 시작된 5월 이후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의 소비심리와 같은 지표들도 둔화되기 시작했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의 유동성 공급축소로 이머징시장에서 자금이탈이 진행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점이다.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동시에 적자를 내고 있는 인도와 인도네시아를 필두로 금리가 오르고 통화가치는 하락하는 등 이머징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 역시 미국 통화정책 기조 변화의 부작용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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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9월 18일 예정돼있는 FOMC에서 FRB가 양적완화 축소를 결정하더라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정책의 빈자리를 민간에서 잘 메울 수 있을지 확인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머징 금융시장은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될지 역시 주목해야 한다. 과거 QE1·2가 종료되는 시점에서도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확산됐던 학습효과를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테이퍼링이 확정되더라도 글로벌 금리가 추가적으로 더 올라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올 연말에서 내년 초까지 글로벌 실물경기가 다시 안정적으로 개선되는 흐름을 확인하기 전까지 글로벌 채권금리는 다소 과도하게 올라간 수준을 일부 되돌리면서 하향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