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할 때 왜 '황소고집'을 부리게 될까?

주식할 때 왜 '황소고집'을 부리게 될까?

강상규 미래연구소M 소장
2013.11.17 05:00

[행동재무학]<40>'앵커링'(anchoring) 때문에 장세변화 대처가 느려진다

[편집자주] 주식시장이 비효율적(inefficient)이라 보는 이들은 열심히 노력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알파를 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 (그림= 강기영 디자이너)
/ (그림= 강기영 디자이너)

“처음 머릿속에 입력된 정보가 판단의 기준점으로 작용해 향후 새로운 정보가 들어와도 최초의 기준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인간의 행태를 마치 한번 내려진 닻(anchor)이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는 것에 비유해서‘앵커링(anchoring)’이라고 부른다. 이는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보거나 들으려하는확증편향(confirmatory bias)과는 달리, 처음 입력된 정보에 생각이 고정돼 그 이후에 들어오는 정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습성을 일컫는다.

남녀간의 미팅에서 첫인상을 망치면 좀처럼 만회하기 힘들다거나, 첫 스마트폰이나 첫 자동차에 대한 나쁜 경험이 해당 브랜드의 재구매를 꺼리게 만드는 것도 일종의 앵커링 효과이다.

앵커링의 습성이 강한 사람은 과거의 정보에 구속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때 매우 느리거나(slow adjustment) 아니면 과소 조정(under-adjustment) 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앵커링은 주식시장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회사의 펀더멘탈이 변동했지만 주가가 저항선(resistance level)이나 지지선(support level)을 좀처럼 돌파하지 못하는 것도 앵커링 때문이다. 왜냐하면 투자자들이 새로운 정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과거 의견(=주가수준)을 쉽사리 수정하길 꺼려하기 때문이다.

앵커링의 습성이 강한 사람은 보통 ‘황소고집’으로 불린다. 그런데 이런 황소고집의 사람이 주식투자를 하면 큰 손해를 입기 쉬운데, 특히 장세의 흐름이 급변하는 시점에서 그렇다. 황소고집의 투자자는 하락장이 상승장으로 변하거나 혹은 그 반대의 경우와 같은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에서 한두 발도 아니고 서너 발씩 늦게 반응하거나 과소 조정을 함으로써 막대한 손해를 입기 쉽다.

만유인력을 발견한 인류 최고의 과학자 아이작 뉴턴 경(Sir Isaac Newton)도 앵커링 때문에 1720년 주식시장 역사상 첫 번째 버블사태로 불리는 영국 South Sea 주식투자에서 전 재산의 약 90%(44억~55억원)를 날렸다.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에서 차가운 머리로 회사를 분석해야 하는 애널리스트들도 앵커링의 습성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여러 재무 연구에 따르면, 회사의 영업이익과 애널리스트의 실적 전망사이엔 분명한 시간적 간격이 존재하며, 애널리스트가 항상 뒤늦게 실적 전망을 수정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예로, 제임스 몬티어(James Montier)의 투자지침서 『The Little Book of Behavioral Investing』에 나오는 한 표(옆의 그림 참조)는 과거 20여 연간 애널리스트가 얼마나 후행(analyst lag) 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자신의 실적 전망이 틀렸다는 명백한 증거가 나왔을 때야 겨우 자신이 과거에 낸 전망치를 수정하고 그것도 아주 느리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주식투자를 하면서 앵커링을 피할 수 있을까? 주식시장에서 애널리스트는 그 누구보다 새로운 정보에 많이 노출돼 있고, 또 그만큼 과거 의견을 수정하는데 익숙해져 있는 전문가들이다. 하물며 애널리스트들도 앵커링의 습성을 버리지 못한다면, 비전문가인 개미 투자자들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초단기 매매를 하는 데이트레이더들은 다른 사람들의 앵커링 습성을 이용하다 결국 그 자신의 앵커링 무덤속에 빠지는 우(愚)를 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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