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재무학]<45>神들은 '팻 피치(fat pitch)'를 참고 기다린다

“설령 다음 볼에서 스트라이크 아웃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내가 잘 칠 수 있는 스윗 스팟(sweet spot)에 볼이 들어오지 않으면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았다.”
‘지금까지 최고의 타자(The Greatest Hitter Who Ever Lived)’로 불린 테드 윌리암스(Ted Williams)는 19년간의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 선수생활 동안 무려 생애 통산 타율 0.344라는 대기록을 세운 보스턴 레드삭스의 전설적인 타자였다.
그는 홈런도 521개나 날렸는데 그의 통산 타율 0.344은 홈런을 500개 이상 기록한 거포 가운데 가장 높았다. 또 그가 세운 출루율(base percentage) 0.482의 기록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야구의 神이다.
한 해에 3할을 치기도 어려운데 윌리암스는 어떻게 19년의 선수생활동안 3할 중반대의 타율을 칠 수 있었을까? 그는 그 비법을 자신의 책 『타격의 과학(The Science of Hitting)』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참을성!(patience and discipline)’
그의 비법은 아주 간단하다. 먼저 그는 스트라이크 존 전체를 야구볼 모양의 동그란 77개 셀(cell)로 나누었다. 그리고 77개 셀에 들어오는 모든 볼에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고 오직 자신이 가장 잘 칠 수 셀에 들어오는 볼만 휘둘었다. 즉'스윗 스팟(sweet spot)'으로 들어오는 볼에만 방망이가 나갔던 것이다.
만약 투수가 던진 볼이 77개의 스트라이크 셀에 들어오더라도 그의 스윗 스팟에 들어오지 않으면 그는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고 다음 볼을 기다렸다. 설령 그 다음 볼이 스윗 스팟에 들어오지 않아 삼진 아웃을 당한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주식투자자는 종종 야구에서 타자에 비교된다. 투수가 던지는 볼이 어디로 들어올지 사전에 알 수 없고 또 방망이를 휘두른다고 모두 안타나 홈런을 칠 수 없듯이, 주식투자자는 내일 주가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알 수 없고 또 사는 종목마다 이득을 낼 수도 없다.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현세대주식의 神인 워렌 버핏(Warren Buffett)도 주식투자에서 투자할 종목을 찾는 요령을 야구 선수가‘팻 피치(fat pitch)’를 기다리는 걸로 비유했다. 팻 피치는 스윗 스팟에 들어오는 볼을 말하는데 보통 타자가 투수가 던진 볼을 담장 밖으로 넘긴 뒤 우스개 소리로 “볼이 수박만하게 보였다”고 답하는 그런 볼이다.
“주식투자에선 꼭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아도 됩니다. 게다가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았다고 해서 아무도 당신에게 “스트라이크 아웃!”이라고 소리치지도 않습니다. 당신은 그저 팻 피치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다 휘두르면 됩니다.”
독자들의 PICK!
실제로 버핏은 주식 투자 조언을 하면서 윌리암스가 쓴 『타격의 과학(The Science of Hitting)』을 종종 인용했다.
야구神이나 주식神 둘 다 좋은 성적을 내려면 참을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가르치고 있다. 참을성은 투자자가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환자와 같이 되는 걸 막아주는 무기이다. 주식투자자에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ADHD 증상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면 불안하고 빨리 어떤 주식을 사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그런데 주식시장에는 의외로ADHD 투자자들이 많다. 기관투자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버핏은 기관투자가들이 주의의 시선과 높은 경쟁 때문에 현금을 들고 있지 못하고 무조건 주식을 사들이는 愚를 범한다고 지적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옷 벗고 나가”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게 기관투자가들의 세계다.
만약 투자할 종목을 찾지 못한 경우 최선의 전략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현금을 들고 윌리암스나 버핏처럼 그저 팻 피치가 들어올 때까지 참고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ADHD 환자처럼 현금을 들고 있으면 불안해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섣불리 주식을 샀다가 큰 낭패를 수도 없이 당하고 낙담을 거듭해도 또 주식계좌에 현금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어딘가에 빨리 투자하지 못해 안달을 한다.
ADHD 투자의 저주(curse)는 참지 못하고 주식 매매 주문을 너무 일찍 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슬프게도 주식투자에서 너무 일찍 내는 주문은 대체로 틀렸거나 어리석은 짓이 되고 만다.
“섣불리 어리석은 투자로 마음 고생하는 것보다 현금을 들고 불편한 게 낫다.” 주식의 神인 버핏의 충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