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도박, 인터넷 경마와 주식 HTS의 공통점

인터넷 도박, 인터넷 경마와 주식 HTS의 공통점

미래연구소 강상규 소장
2013.12.27 10:00

[행동재무학]<46>몹시 흥분되지만 돈을 따기 보다 잃기 쉬운 곳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 그림=강기영 디자이너
/ 그림=강기영 디자이너

“주식시장을 마치 도박장이나 경마장로 착각, 주식 온라인 HTS(홈트레이딩시스템)를 인터넷 도박이나 인터넷 경마처럼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많다.”

도박과 경마에 빠진 사람을 도박·경마 중독자라고 부르듯, 주식에 빠진 사람도 주식 중독자다. 왜냐하면 하루라도 주식을 거래하지 않으면 불안하니까. 게다가 하면서 계속 돈을 날려도 또 하려 한다.

주식 중독자는 주식을 거래하면서 스릴과 흥분을 맛본다. 마치 도박이나 경마 중독자가 도박장이나 경마장에 가면 갖는 느낌과 똑같다. 그래서 증시가 열리는 시간동안 스릴과 흥분 속에 지내다가 증시가 폐장되면 무기력증에 빠진다.

이들의 대표적인 증상을 보면, 어제 산 주식을 오늘 팔려고 주가 시세를 하루에도 몇 번이고 들여다보고, 주식을 판 뒤엔 며칠 아니 몇 시간도 못 가 재매입하고. 그리고 오늘 증시가 마감되면 내일 아침 개장될 때까지 겨우 참았다가 개장하면 다시 거래에 나선다.

여기엔 주식시장을 마치 운동경기나 전쟁상황을 중계하듯 자극적으로 전달하는 증권방송(특히 미국의 경우 bubblevision이라 불리는 cnbc)의 책임이 크다고 행동재무학에 근거한 투자 지침서인 『The Little Book of Behavioral Investing』의 저자 제임스 몬티어(James Montier)는 지적한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증권 뉴스, 주식 호가, 경제 이슈를 접하다 보면 흥분을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게 된다. 이런 자극적인 요소들이 주식투자자들의 흥분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다보니, 단기 거래에 치중하게 되고 장기 투자는 아예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주식을 산 뒤 몇 달 동안 아니 몇 년간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건 이들에겐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케인지언 경제학파(Keynesian Economics)의 시조인 존 메이나드 케인즈(John Maynard Keynes)는 사람들이 주식 중독에 빠지는 이유를 “너무 빨리 돈을 벌려고 하는 인간의 본성적인 욕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930~40년대) 주식투자자들은 빨리빨리 돈을 벌려는 인간의 본능적 욕망 때문에 주가의 연간 상승이나, 분기별 상승, 하다못해 월간 상승에 너무 지나치게 치중해 있다”고 한탄했다. 그런데 요즘의 주식투자자들에겐 월간 상승도 너무 멀고 주가의 일별 상승이나 분(分)별 상승이 제일 중요한 목표가 돼 버렸으니, 케인즈가 요즘 주식투자자들의 행동 패턴을 보면 할 말을 잃을 게 뻔하다.

그런데 이 증상이 주식 중독자에게만 국한될까? 사실 많은 주식하는 사람들이 주식투자 자체를 무척 흥분되는 일로 여긴다. 도박이나 경마에 빠진 사람도 자신은 중독자라고 아니라고 말하듯, 많은 주식투자자들은 자신이 주식 중독에 걸렸는지 깨닫지 못한다.

하지만 현대 경제학(modern economics)의 아버지라 불리는 폴 새뮤얼슨(Paul Samuelson)은 “주식투자는 흥분되는 일이 되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1970년 미국인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케인지언 학파의 거두였던 그는 MIT대학에서 경제학 교수로 재직하며 로버트 솔로(Robert Solow), 프랑코 모딜리아니(Franco Modigliani), 로버트 머튼(Robert Merton), 조셉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등 기라성 같은 후배 교수들을 영입했고, 이들 모두 새뮤얼슨을 뒤따라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는 놀라운 업적을 세웠다.

그는 “주식투자는 매우 지루하고 재미없는 일이다. 마치 페인트를 칠한 뒤 마르는 것을 지켜보는 일과 같다"며, "만약 당신이 재밌고 흥분되는 것을 원한다면, 라스 베가스(Las Vegas) 카지노에 가는 편이 낫다. 아니면 켄터키 더비(=미국 최대의 경마 경기)가 열리는 처치힐 다운스(Churchill Downs)에 가던가"라고 충고했다. 물론 카지노나 경마장에서 돈을 따기란 쉽지 않다고 덧붙이면서.

그럼 새뮤얼슨이 말하는 재미없는 주식투자는 어떤 모습일까? 이 시대 최고의 투자자인 워렌 버핏(Warren Buffett)이 극찬했던 펀드 매니저인 밥 커비(Bob Kirby)는 재미없는 주식투자의 모습을 “주식을 산 뒤엔 그 주식증서를 캔 속에 집어넣고 수년 동안 건드리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옛날 미국 서부 개척시대의 저축 행태를 비유해 '커피 캔 포트폴리오(Coffee Can Portfolio)'라 불렀다.

워렌 버핏은 주식투자를 “세상에서 최고의 비즈니스(the greatest business in the world)”라 불렀는데, 그 이유는 주식투자가 흥분돼서가 아니라 "정말 좋은 기회가 올 때까지 아무것도 안하고 마냥 기다려야 하는 (무척 재미없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역설적으로 대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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