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재무학]<47>행동편향(action bias), “아무 것도 안 하는 게 돈 버는 거”

축구경기에서 페널티킥은 골대에서 불과 11미터 떨어진 거리를 사이에 두고 골키퍼와 킥커가 서로 마주하며 벌이는 고도의 심리전 싸움이다.
이 때 경기 룰은 킥을 차기 전에 골키퍼가 미리 움직이면 안된다는 것. 따라서 골키퍼는 킥이 행해지는 순간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방향을 짐작하고 몸을 날린다. '신의 손'이라 불리는 골키퍼들은 공의 방향을 잘 짐작해서 몸을 날리고 페널티킥을 막아내는 선수들이다.
그렇다면 골키퍼는 페널티킥을 막을 때 어느 방향으로 몸을 많이 날릴까?
일단의 이스라엘 학자들은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영국의 프리미엄 프로 축구경기와 유럽, 남미 등의 축구 챔피언십 경기에서 나온 311개의 페널티킥의 방향과 골키퍼의 움직임을 조사해봤다 (Journal of Economic Psychology, 2007).
재밌게도 조사 대상 311개 페널티킥의 방향은 세 방향으로 골고루 분포돼 있었다. 골대 왼쪽으로 3분의 1, 오른쪽으로도 3분의 1, 그리고 정중앙으로 3분의 1, 이렇게 말이다.
그런데 골키퍼의 움직임은 왼쪽과 오른쪽으로만 편중돼 있었다. 골키퍼가 왼쪽 아니면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는 경우가 분석 대상 페널티킥의 94%에 달했다. 조사대상의 약 6%만 골키퍼가 어느 쪽으로도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서서 페널티킥을 막았다.
이러한 조사결과를 놓고 연구자들은 만약 골키퍼들이 그대로 서서 막았다면 더 많은 페널티킥을 막아 낼 수 있었을 것이라 판단했다. 특히 골키퍼들이 그대로 서 있었을 경우 정중앙으로 날라 오는 페널티킥의 약 60%는 막아낼 수 있었다며, 그렇다면 골키퍼들이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는 경우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골키퍼들은 왜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편중되게 몸을 날리는 걸까? 이스라엘 연구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골키퍼들은 가만 서 있는 것보다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는 게 심리적으로 부담이 덜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연구자들이 조사대상 골키퍼에게 이 질문을 던졌을 때, 많은 골키퍼들이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면 페널티킥을 막기 위해 뭔가 노력한다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다"며 "그냥 서 있다가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골이 들어가는 걸 지켜보는 모습을 상상하는 게 얼마나 창피하고 끔찍한지 모른다”고 대답했다.
독자들의 PICK!
축구경기에서 골키퍼의 페널티킥 대응 모습은 심리학에서 말하는‘행동편향(action bias)’의 대표적인 사례다. 사람들은 긴장되는 순간에 비록 틀렸다 하더라도 (아니면 아무런 소용이 없어도) 심리적으로 마음이 편해지려고 아무 것도 안하는 것보다 뭐라도 하려고 한다. 아무 것도 안하면 심리적으로 더 불안하기 때문에 이를 벗어나려고 뭔가를 하게 된다.
하지만 페널티킥 연구에서 나타났듯이 아무 것도 안 하는 게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주립대학-버클리(UC-Berkeley)의 터랜스 오딘(Terrance Odean) 교수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데이비스(UC-Davis)의 브래드 바버(Brad Barber) 교수가 주식투자자의 매매 횟수를 조사해 보니, 주식거래를 빈번히 할수록 손실이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이 여성보다 행동편향이 강해, 여성보다 45%나 더 자주 주식 거래를 하고 결과적으로 수익률이 여성보다 연 2.7% 뒤진다고 밝혔다.
오딘과 바버 교수의 연구는 주식투자자들이 행동편향을 억제하면(=주식매매 횟수를 줄이면)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한편, 한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행동편향은 손실을 본 후에 더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일 계속된 실패가 있는 경우, 사람들은 "직전의 손실 이후에 뭔가 다른 액션을 취했으면 이번엔 달라졌을텐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커진다는 얘기다.
이는 주식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식으로 한참 돈을 잃은 뒤에 투자자들의 행동편향이 더 강해지는 걸 자주 볼 수 있다. 주식에서 큰 손실을 입은 뒤엔 이성을 잃고 더 급하게 주식을 사고 팔며,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더 빈번히 주식을 매매하려 한다.
『The Little Book of Behavioral Investing』의 저자 제임스 몬티어(James Montier)는참을성(patience)이 주식투자자를 행동편향에 빠지지 않게 해주는 무기(weapon)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주식투자자가 행동편향에 빠지면 너무 일찍 주식을 사거나(주가가 더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반대로 너무 일찍 파는(주가가 더 오름에도 불구하고) 어리석은 짓을 반복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즉 '내가 사면 내리고 팔면 오르는' 현상이 계속된다는 말이다.
주식투자자도 골키퍼처럼 "아무 것도 안 할 때 돈 버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