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동창, 주식으로 어떻게 돈 버나 했더니

고교동창, 주식으로 어떻게 돈 버나 했더니

미래연구소 강상규 소장
2014.01.23 12:00

[행동재무학]<50>처분효과(disposition effect)의 나쁜 습관을 버려야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 그림=김현정 디자이너
/ 그림=김현정 디자이너

“주가 하락으로 손실 난 종목은 정작 팔지 못하고 주가가 조금 올라 이익 난 종목은 왜 그리 빨리 파는지...”

40대 중반의 직장인 강 부장은 10년간 주식에 투자하면서 이런 후회를 한두 번 한 게 아니다. 강 부장은 이런 어이없는 매매행태 때문에 주식투자에서 별 재미는 고사하고 손해만 봤다.

이처럼 손실 난 종목은 너무 오래 쥐고 있고 이익 난 종목은 너무 일찍 팔아버리는 나쁜 습관을 행동재무학에선처분효과(disposition effect)라 부른다.

실제로 개인 투자자들 가운데 강 부장과 같은 매매행위와 후회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이 드물다. 캘리포니아 주립대-버클리(UC-Berkeley)의 테리 오딘(Terry Odean) 교수가 1987년부터 1993년까지 한 증권사의 개인 고객계좌 1만개를 조사해 봤더니 실제로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종목을 더 오래 보유하고 있었고 이익종목은 손실종목에 비해 1.7배나 더 자주 처분하고 있음을 발견했다(Journal of Finance, 1998).

그렇다면 처분효과의 행동이 개인 투자자에게만 국한될까? 뉴욕대(NYU) 경영대학원의 안드레아 쁘라찌니(Andrea Frazzini) 부교수는 기관 투자가들도 예외는 아니라고 꼬집는다(Journal of Finance, 2006).

쁘라찌니 교수가 1980년부터 2002년까지 약 3만개에 달하는 뮤추얼펀드의 거래내역을 들여다 봤더니, 놀랍게도 기관 투자가들도 이익종목을 손실종목에 비해 1.2배나 더 자주 처분해 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 투자가들도 처분효과의 나쁜 습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었다.

쁘라찌니 교수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이들 뮤추얼펀드를 성과별로 순위를 매겨 최고의 성적을 거둔 펀드와 최악의 펀드 사이에 처분효과의 차이가 있는지 조사해 봤다. 예상대로, 최고의 펀드는 손실종목은 가장 빨리 처분하고 이익종목은 가장 오래 보유한 펀드가 차지했다. 반대로 최악의 성적을 낸 펀드는 손실종목을 가장 오래 보유했던 펀드에게 돌아갔다.

이 연구결과는 주식투자에서 처분효과라는 나쁜 습관을 줄이면 줄일수록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걸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손실종목은 쉽게 손절매하지 못하고 이익종목은 너무 일찍 팔아 버리는 걸까? 심리학자이면서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프린스턴 대학의 대니얼 카네만(Daniel Kahneman) 교수는 이러한 인간의 상반된 행동을 전망이론(prospect theory)으로 설명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손실을 회피하려 한다. 하지만 주가가 떨어질 때 미련 없이 손절매에 나서는 사람은 많지 않다. 주가가 반등할 거란 한 가닥 희망을 품고 손실 난 종목을 오래 쥐고 있다. 손실을 회피하려는 습성보다 도박하는 심정이 더 강해진다.

그런데 이익이 나는 종목은 너무 일찍 팔아버리는 경향이 있다. 주가가 올라 이익이 조금 나면 얼른 챙기려는 심정이 강해진다. 이는 적더라도 확실한 이익을 원하는 인간의 심리 때문이다.

오딘 교수는 사람들이 손실종목을 (손절매 못하고) 계속 보유하는 이유가 주가가 반등할 거라는 장밋빛 희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과연 이러한 환상이 실현가능한 건지 여부를 조사해 봤다.

하지만 슬프게도, 손절매하지 않고 계속 보유한 손실종목은 이익이 나 팔아버린 종목 에 비해 수익률 측면에서 여전히 연평균 3.4%나 뒤지고 있었다. 손절매하지 않고 주가 반등을 기대하는 게 헛된 믿음이란 얘기다.

처분효과로 주식투자에서 번번이 손해만 본 강 부장에게 지난주 고교 동창 신년모임에서 만난 박 사장은 딱 세마디의 조언을 던졌다 (박 사장은 고교 동창 가운데 주식으로 돈을 가장 번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손절매!”

‘손절매만 잘해도 주식으로 돈을 벌수 있다’라는 얘기는 재무학 최고의 학술지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게 아니라 가까운 고교 동창에게서도 들을 수 있는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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