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민연금에 박수를

[기자수첩]국민연금에 박수를

심재현 기자
2014.11.19 06:42

최근 글로벌 IB(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투자시장의 '슈퍼갑'인 국민연금의 대체투자팀이 회사를 방문한 것. 국민연금의 전격적인 방문은 KT렌탈의 매각 일정과 유력 인수 후보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CS는 KT렌탈의 매각 자문사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직접 CS를 방문했다는 사실이 한참 화제가 됐다. 국민연금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찾아오는 투자자들만으로도 투자 정보가 넘쳤다. 투자정보를 위해 직접 움직일 일이 거의 없었다. 오죽하면 서울 논현동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앞 커피숍에서 4000원짜리 커피를 시키는 사람 중 절반은 4000억원 이상을 굴리는 글로벌 IB 전문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달라진 투자환경에 '엉덩이 무거운 코끼리'도 버틸 재간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저금리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벌써 몇년째 4~5%대를 맴돌고 있다. 한푼이라도 더 우량자산에 투자해야 한다는 압박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국민연금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했던 해외 오피스 빌딩을 최근 잇따라 매각하는 것도 이런 부담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은 지난달에도 영국 금융 중심가 캐너리워프에 있는 'HSBC타워'를 1조8600억원에 팔았다. 업계에서는 가뜩이나 돈이 넘치는 국민연금이 그나마 지속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오피스 빌딩을 팔 수밖에 없는 이유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이 전문성을 키우고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달라진 투자 환경과 경쟁상황은 뒤로 한 채 과거와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이제 돌아볼 때가 된 듯하다. 국민연금의 수익률 제고에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나친 압박과 간섭은 자칫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독이 될 수도 있다.

채찍만 휘두른다고 마차가 잘 달리진 않는다. 또 박수 받을 만한 일에는 박수도 쳐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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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특파원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입니다. 뉴욕에서 찾은 권력과 사람의 이야기. 월가에서 워싱턴까지, 미국의 심장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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