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獨 SAP 앱하우스는… "토론·레고… 파격 '혁신공장'"

[르포]獨 SAP 앱하우스는… "토론·레고… 파격 '혁신공장'"

하이델베르크(독일)=강미선 기자
2014.12.15 08:28

'디자인씽킹' 통해 기술·사업 혁신 아이디어 발굴…韓에 내년 상반기 亞 최초 SAP 혁신센터 건립

[르포]獨 SAP 앱하우스 가보니…성장한계 뚫는 '혁신공장'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있는 SAP 혁신센터 '앱하우스'의 워크숍룸. 기업인, 학생, 공무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문제해결 및 신사업 아이디어 발굴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SAP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있는 SAP 혁신센터 '앱하우스'의 워크숍룸. 기업인, 학생, 공무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문제해결 및 신사업 아이디어 발굴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SAP

#미국 팔로알토에 위치한 한 대학병원. 간호사들은 무거운 차트나 태블릿을 들고 다니며 환자를 돌보지 않는다. 고개를 숙여 자료를 찾고 메모하는 동안 환자의 눈빛 이나 손짓 하나 등 중요한 순간을 놓칠 수 있기 때문. 대신 간호사들이 쓰는 것은 구글글래스. 환자에게 가까이 가면 자동으로 환자 정보가 구글글래스 화면에 뜨기 때문에 간호사는 두 손으로 편하게 환자를 보살피고 세심하게 소통할 수 있다.

#독일 한 축구팀의 훈련 장면. 선수들이 양쪽 무릎과 어깨에 총 4개의 센서를 부착했다. 골키퍼가 장착한 것은 양쪽 손을 더해 총 6개 센서. 센서 1개당 전송되는 데이터는 1분에 1만2000여개. 선수가 움직일 때 마다 운동량, 순간 속도, 심박수, 슈팅 동작, 공의 방향 등에 대한 수많은 데이터가 IT솔루션을 통해 실시간 분석되고 그 결과는 감독의 태블릿PC에 바로 전송된다. 분석결과를 본 감독은 A선수의 몸 상태가 과거 데이터와 다른 패턴을 보이자 휴식을 지시하고 그 순간 교체 투입 선수로 적합한 리스트가 주르륵 뜬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위치한 SAP 앱하우스(AppHaus). 1819년 건립돼 1950년대까지만 해도 담배공장으로 쓰던 이 건물은 이제 독일의 '혁신공장'으로 꼽힌다. 전세계 최대 기업용 SW업체 SAP가 지난해 9월 이 곳에 '앱하우스'란 이름으로 혁신센터를 만들었다.

팔로알토 병원의 구글글래스나 독일 축구팀의 훈련 분석시스템 등은 SAP가 기업· 기관 등 고객의 문제를 의뢰받아 경영혁신방법인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 과정을 거쳐 나온 해결책이자 신사업이다.

SAP는 내년 상반기 한국에 이 같은 '혁신센터'를 만든다. 전세계 12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다.

이 곳 앱하우스를 총괄하고 있는 토비아스 호그(Tobias Haug)는 "기술과 비즈니스의 중심에 사람을 두고 기업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디자인씽킹'"이라며 "한국은 혁신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크고 대기업들이 신사업에 대한 욕구가 강해 세계 다른 어느 곳보다 '디자인씽킹'을 도입하기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있는 SAP 혁신센터 '앱하우스'의 워크숍룸. 기업인, 학생, 공무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문제해결 및 신사업 아이디어 발굴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SAP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있는 SAP 혁신센터 '앱하우스'의 워크숍룸. 기업인, 학생, 공무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문제해결 및 신사업 아이디어 발굴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SAP

◇디자인씽킹…"인간에 공감하고 상상하고 혁신하라"

SAP가 도입하고 있는 경영혁신방법 '디자인씽킹'이란 단지 외형을 만드는 미학적 접근이 아니라 인간의 필요에 공감하고, 대중의 잠재 욕구를 발굴한 뒤 대중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통합적 접근 방식이다. '공감-정의-상상-견본-시험' 등 5단계를 거친다.

인간에 대한 관찰과 공감을 바탕으로 다양한 대안을 찾아 혁신적 결과를 도출하는 창의적 문제 해결 방법이다.

디자인씽킹의 5단계. 공감-정의-상상-견본-시험 등의 단계를 거친다./자료제공=SAP
디자인씽킹의 5단계. 공감-정의-상상-견본-시험 등의 단계를 거친다./자료제공=SAP

1970년대 '디자인은 생각하는 방법'이라는 신개념이 도입되면서 디자인을 통해 행동을 관찰·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학계에서 진행됐고, SAP 창업주 하소 플래트너가 2005년 스탠포드 대학 내 디자인씽킹 연구소(Hasso Plattner Institute of Design)를 설립하면서 이 개념을 적극 도입했다.

일례로 스탠포드 디자인스쿨은 디자인씽킹 과정을 통해 신생아가 저체온증에 걸리지 않도록 돕는 저비용 미니어처 파우치 '임브레이스(Embrace)'를 만들어 2만2000명의 유아 사망을 예방했다. 국물과 면을 흘리지 않고 라면과 국물을 먹을 수 있는 빨대 개발, 미용실에서 잘린 머리카락이 바닥에 닿기 전에 빨아들이는 장치의 시제품 등도 디자인씽킹을 통해 나온 사례다.

SAP 앱하우스에서는 레고 등 완구를 통해 아이디어를 표현하고 시제품을 만들고 고치는 활동을 반복한다./사진제공=SAP
SAP 앱하우스에서는 레고 등 완구를 통해 아이디어를 표현하고 시제품을 만들고 고치는 활동을 반복한다./사진제공=SAP

◇레고로 만들고 부수고…"앱하우스는 창의성의 보고(寶庫) "

900㎡ 규모의 이 곳 앱하우스는 기업과 학생,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디자인씽킹'을 통해 다양한 문제를 연구하고 혁신적 해답을 찾고 있다. SAP 직원 20여명이 상주하며 컨설팅을 맡는다.

그룹별로 자유롭게 얘기를 나누고 발표하면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워크숍 룸은 독특하고 창조적 공간에서 영감을 얻도록 테이블, 의자, 수납장 등이 유연하게 배치돼있다. 눈에 띄는 것은 곳곳에 흩어진 레고 블록 등 완구와 포스트잇. 디자인씽킹 과정에서 떠오르는 생각은 그때그때 쪽지에 메모하고 시제품이나 해결방법은 레고로 모형을 만들거나 상황을 재연한다.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직접 연극을 통해 해결책을 표현하기도 한다.

SAP 관계자는 "완구 블록을 활용하면 시제품을 만들고 다시 고치는 과정이 빠르다"며 "우리가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기존 투자한 비용이나 시간이 아까워서 과감히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레고를 사용하면 실패-혁신 과정을 가속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SAP 앱하우스에는 디자인씽킹 과정에서 떠오른 생각을 그때그때 적어둔 포스트잇이 칠판과 벽면 가득 붙어있다./사진제공=SAP
SAP 앱하우스에는 디자인씽킹 과정에서 떠오른 생각을 그때그때 적어둔 포스트잇이 칠판과 벽면 가득 붙어있다./사진제공=SAP

앱하우스는 건립 후 300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됐고 현재 공개 가능한 20개 성공 프로젝트를 탄생시켰다. 기업의 신사업 아이템이 되거나 창업으로 연결된 경우다.

독일 아이스하키팀 DEL은 이곳에서 팬들의 로열티를 높이기 위한 앱(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모바일용으로 사용중이다. 팬들이 경기를 보면서 바로 앱을 통해 피드백을 보낸다.

마티아스 슈만 독일 아이스하키팀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앱하우스 워크숍 현장의 창의적 분위기 속에서 평소 접하기 힘든 인사이트를 얻었다"고 말했다.

지멘스는 앱하우스에서 부동산건물 관리 앱을 탄생시켰다. 건물 에너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체계적인 관리 솔루션이 탑재됐다.

기업 뿐 아니라 공공서비스나 학생 대상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하이델베르크시는 노인층의 사회적 참여를 높이기 위한 정책 개발을 SAP와 함께 이곳에서 진행하고 있다.

◇"삼성 등 한국 기업, 혁신 욕구 커"

SAP는 내년 상반기 '앱하우스'와 같은 혁신센터를 한국에 세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월 SAP 창업자 하소 플래트너 경영감독위원회 의장을 접견하고 SW 벤처기업 육성과 혁신적 기업가 양성을 목표로 '디자인씽킹 혁신센터' 설립 계획 등을 밝혔다.

독일 SAP 앱하우스의 워크숍룸./사진제공=SAP
독일 SAP 앱하우스의 워크숍룸./사진제공=SAP

부지를 뺀 시설 및 프로그램 투자규모는 30억원. 현재 판교 등을 후보로 부지를 물색하면서 디자인씽킹 전문가 채용을 위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SAP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을 지목한 이유는 한국의 혁신 욕구가 어느 곳보다 강하기 때문.

무엇보다 한국 대기업들의 관심이 높다. 삼성, LG 등은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저성장 위기에서 SAP에 디자인씽킹 방법을 통한 신사업 창출과 혁신 방안을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SAP 관계자는 "한국은 정부의 '창조경제' 의지가 강하다"며 "디자인씽킹을 통해 한국의 기업인, 학생, 창업가, 교사, 사회공공 전반에 걸쳐 다양한 혁신 아이디어를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SAP 앱하우스에는 디자인씽킹 과정에서 떠오른 생각을 그때그때 적어둔 포스트잇이 칠판과 벽면 가득 붙어있다./사진제공=SAP
SAP 앱하우스에는 디자인씽킹 과정에서 떠오른 생각을 그때그때 적어둔 포스트잇이 칠판과 벽면 가득 붙어있다./사진제공=SAP
독일 SAP 앱하우스의 워크숍룸. 그룹별로 자유롭게 얘기를 나누고 발표하면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워크숍 룸은 독특하고 창조적 공간에서 영감을 얻도록 테이블, 의자, 수납장 등이 유연하게 배치돼있다./사진제공=SAP
독일 SAP 앱하우스의 워크숍룸. 그룹별로 자유롭게 얘기를 나누고 발표하면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워크숍 룸은 독특하고 창조적 공간에서 영감을 얻도록 테이블, 의자, 수납장 등이 유연하게 배치돼있다./사진제공=SAP
SAP 앱하우스에서는 레고블록, 풍선, 종이상자 등 완구를 통해 아이디어를 표현하고 시제품을 만들고 고치는 활동을 반복한다./사진제공=SAP
SAP 앱하우스에서는 레고블록, 풍선, 종이상자 등 완구를 통해 아이디어를 표현하고 시제품을 만들고 고치는 활동을 반복한다./사진제공=S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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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선 에디터

증권,굴뚝산업,유통(생활경제), IT모바일 취재를 거쳐 지금은 온라인,모바일 이슈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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