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팩 상장, 부작용 되짚어봐야

[기자수첩]스팩 상장, 부작용 되짚어봐야

김도윤 기자
2015.02.06 07:30

5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국내에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제도가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불공정행위가 적발된 것. 실제로 지난해 합병을 통해 상장한 A스팩의 전 대표이사가 피합병기업에 대한 내부 정보를 활용, 차명계좌로 매매에 나서 1300만원가량 부당이득을 취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스팩 상장의 부작용에 대해 되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거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일각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스팩은 다른 비상장기업을 합병해 우회상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다. 이 과정에서 스팩 내부 인사는 피합병기업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알 수 있고 이 정보가 어떻게 어디로 흘러갈지는 알 수 없다.

더구나 금융위원회가 올해부터 스팩에 피합병되는 회사까지 지정감사 제도를 확대 적용키로 하면서 불공정거래에 대한 우려도 더 커지고 있다.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제도 개편이지만 스팩의 부작용을 더 키우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스팩 상장의 가장 큰 장점은 일반적인 상장보다 절차가 간소해 비교적 빠르게 증시에 입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이미 회계법인 등으로부터 외부 회계감사를 받는 피합병법인이 지정감사제도를 거쳐야 할 경우 신속한 상장이라는 장점은 다소 퇴색할 수밖에 없다. 지정감사제의 경우 최소 4개월 이전에 지정감사를 신청해야 하기 때문에 스팩 상장 절차가 까다로워진다.

더 큰 문제는 지정 감사인을 두면서 내부 정보를 알 수 있는 채널이 더 늘어나고 상장에 걸리는 시간까지 길어지면서 이를 통해 불공정거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금융투자 업계에선 올해 많게는 100개 이상의 기업이 신규상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중 약 20개 기업은 스팩 상장 과정을 거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스팩 상장은 신속성과 조달자금 불확실성 제거 등의 측면에서 장점이 있는 제도임에 분명하다. 다만 이를 통해 부당 이득을 취하는 주체가 나올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철저한 감시와 조사가 병행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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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기자

미래 먹거리 바이오 산업을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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