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만 믿고 투자했는데 감사의견이 한정이라니 믿을 수가 없네요."
위변조 방지 나노기술 전문기업 아큐픽스가 31일 감사의견 한정을 받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자 투자자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더구나 아큐픽스가 감사보고서 제출 며칠전인 25일 12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발표한 것에 투자자들은 더욱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악재를 뻔히 알면서도 호재성 내용을 발표, 의도적으로 투자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에서다.
사실 아큐픽스는 그동안 제품의 위변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독자적인 기술력을 앞세워 '짝퉁'과의 전쟁을 선언한 중국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비전을 발표, 시장의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일로 인해 감사의견 한정을 넘어 기업의 신뢰도에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됐다.
매년 3월말이면 증시에는 칼바람이 분다. 한계상황에 내몰린 여러 상장기업들이 적정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해 퇴출위기에 내몰리거나 퇴출된다.
투자자입장에서 감사의견은 사전에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투자자들이 특정 기업의 기술력이나 사업에 대해서는 나름 꼼꼼하게 분석할 수 있지만, 사실 기업의 내부부실을 알 수 있는 정보는 그리 많지 않다. 때문에 투자한 기업이 갑작스럽게 감사의견 거절이나 한정을 받았다는 소식은 투자자에겐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나 다름없다.
이런 정보 비대칭에 따른 불안감에도 투자자들이 기업에 투자를 할 수 있는 건 바로 신뢰 때문이다. 기업세계에서 기업이 경영적 어려움에 봉착하는 것은 다반사다. 때론 상장폐지라는 혹독한 시련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상장폐지가 기업의 사망선고는 아니다. 상장폐지의 아픔을 딛고 뼈를 깎는 각고의 노력을 통해 다시 정상화에 성공하거나 재상장하는 기업들도 있다. 하지만 잃어버린 신뢰를 되살리는 것은 몇 곱절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코스닥 지수가 약 7년여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계상황에 내몰린 기업들을 퇴출시켜 시장에 대한 신뢰를 높인 것도 그 요인 중 하나다. 올해도 어김없이 적지 않은 한계기업들이 상장폐지라는 시련을 겪을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신뢰를 깨뜨리는 일부 기업들의 잘못된 행동은 시장 전체의 신뢰에도 큰 상처를 입힐 수 있다. 당국이 차제에 한계기업을 서둘러 퇴출시키는 것 못지않게 투자자들이 기업의 퇴출가능성을 점검해볼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모색해보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