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 사업부 1.1조원에 MBK에 매각 합의…그룹 재무건전성 개선 작업 박차

두산그룹이 당초 기대했던 금액의 절반 정도의 가격에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 사업부문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넘기기로 합의했다. 매각금액을 낮추더라도 매각이라는 큰 틀의 결정을 밀고나가겠다는 것인데, 통큰 두산 오너의 스타일이 반영된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두산인프라코어(13,800원 0%)는 공작기계 사업부문을 우선협상대상자인 MBK파트너스에 약 1조1000억원에 매각하는 데 합의했다. 이날 공작기계 사업부 매각 합의 소식이 전해지며 두산인프라코어 주가는 갑자기 급등, 결국 전일대비 15.04%(615원) 오른 4705원에 장을 마쳤다. 주식시장에서도 두산의 결정에 긍정적인 평가를 한 셈이다.
1조1000억원은 처음 두산이 공작기계 사업부 매각을 결정했을 때 원했던 가격인 2조원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낮아진 금액이다. 두산 공작기계 사업은 두산인프라코어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20% 수준이지만, 이익 비중은 40%에 근접할 정도로 수익성이 뛰어나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도 최소 1조원 이상, 1조5000억원안팎에서 매각 규모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인수 후보자들이 실사 과정에서 인수 가격을 낮추려는 시도를 계속하면서 두산 공작기계 사업부문 매각 절차는 지지부진하게 전개됐다. MBK에 앞서 지난해 12월 21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스탠다드차타드(SC) PE는 1조3600억원의 인수희망가격을 적어냈지만 실사 과정에서 마찰을 빚으며 두산 공작기계 인수전에서 발을 뺐다.
SC PE에 이어 두산 공작기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MBK는 지난해 12월 본입찰 때 인수희망가격으로 1조18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1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에도 인수 협의가 지연되면서 시장에선 두산 공작기계 사업 매각이 틀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지난 1월 18일 최형희 두산인프라코어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은 공작기계 사업부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내용의 투자레터를 기관투자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두산 공작기계 사업부 매각 작업이 지연되고 주주와 투자자 사이에서 우려가 증폭되자 결국 두산은 1조1800억원보다 더 낮은 1조1000억원 수준까지 공작기계 사업부 매각 금액을 양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재무건전성 개선 작업에 악영향을 줄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 이날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큰 조카인 박정원 두산 회장에게 그룹 경영권을 넘기기로 결정하면서 그동안 끌어온 주요 사안에 대해 스스로 마무리를 짓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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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두산은 대승적인 판단이 필요한 부분에선 통큰 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최근에도 면세점 사업 진출,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 사업부와 방산업체 두산DST 매각 결정, 두산밥캣 상장 추진 등 굵직한 결정을 통해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산 그룹의 경우 오너의 스타일상 자잘한 부분에 얽매이지 않고 통큰 결정을 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며 "통큰 결정이 꼭 긍정적인 효과만 이끌어내는 건 아니지만 그룹 재무건전성 개선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공작기계 사업부 매각 합의는 두산 그룹 위기의 실마리를 푸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