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컴퓨터가 자동으로 자산배분을 하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서민을 위한 자산관리'로 홍보되고 있지만 실제로 판매중인 상품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최저 가입금액이 1000만~3000만원을 웃돌고 있다. 미국 대형 로보어드바이저들의 최저 가입금액이 500달러라는 점과 비교된다.
국내 로보어드바이저의 가입 문턱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은행이나 증권 등 별도의 판매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로보어드바이저가 온라인상에서 직접 고객을 모으고, 매매 주문도 낸다. 국내에선 투자자문사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들이 직접 온라인을 통해 고객을 유치할 수는 없다. 투자 설명을 '서면'으로 해야 한다는 법 조항이 있어 고객과의 접근성이 높은 기존 금융회사들의 지점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상품이 '자문형 랩'으로 판매되고 수수료 역시 증권사와 로보어드바이저 양측에 내게 된다. 로보어드바이저의 무기 중 하나인 낮은 수수료가 한국에선 구현되기 어려운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7월부터 3개월 동안 자산 배분 알고리즘의 정상적인 작동 여부를 검증 받는 업체에 한해 온라인 자문과 일임 업무를 허용하겠다고 밝혔지만 평가 기준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 수익률이나 변동성만 가지고 평가하기 어렵다. 애초에 다양한 고객의 니즈에 맞춰 저위험·중위험·고위험 상품을 고르게 취급하기 위한 서비스다. 고위험 상품의 경우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대신 손실 가능성도 높은데 3개월이라는 짧은 테스트 기간 동안 시장이 출렁이면서 평가 손실이 난다고 해서 로보어드바이저가 틀렸다고 말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반대로 시장 상황이 안정적이어서 많은 로보어드바이저들이 정부의 테스트를 통과한다면, 이들이 마치 금융당국의 안전마크를 받은 것처럼 비춰질 수 있는 점도 우려되고 있다.
산업의 성장을 제한하는 제도는 풀어주되, 투자자들에게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정보를 다양하게 제공해줘야 한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시각이다.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면서도 투자자들이 과도한 기대를 갖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조언에 귀기울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