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나만 갖고 그래?”
코미디에서 희화화되곤 했던 어느 옛 권력자의 후회가 아니다. 요사이 몇몇 대기업 전현직 총수들이 내뱉음직한 말이다.
가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는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이다. 검찰이 그의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를 조사 중인데다 그와 주변기관, 심지어 사용 핸드폰까지 정밀 조사하면서 칼끝을 겨누고 있어서다.
앞서 최 회장과 두 딸은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결정이 내려지기 전인 지난 4월6일부터 20일까지 보유 중이던 한진해운 주식 전량을 매각했다. 22일 장 마감 후에 자율협약을 신청한 한진해운의 주가는 급락했고, 귀신같은 매각시점 포착에 10억원 정도의 손실을 회피했다는게 금융계와 검찰 등의 의심이다. 회사쪽은 이에 대해 최 회장쪽 매각 계획은 이미 신고된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검찰은 최 회장이 회계법인 등 내부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로부터 큰 틀에서 ‘주식을 파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내용을 문자메시지로 전달받았다는 쪽으로 수사방향을 맞추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른 대기업 총수가 새롭게 등장했다. 금융당국이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미공개 정보 이용 불법 주식매매 혐의를 적발해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은 지난 18일이었다.
동부건설 등 수백억 원 규모 계열사 주식을 차명계좌로 보유한 김 회장이 2014년 12월 31일 동부건설 법정관리 신청을 두 달 앞둔 시점에서 동부건설 차명 보유주식 62만주(지분율 1.24%, 시가 7억3500만원)를 매각해 불법적으로 약 2억7000만원의 손실을 회피했다는 것.
비슷한 사안 같지만 두 총수를 둘러싼 주변 정황은 상당히 다르다. 최은영 회장은 주식매각 관련 공시를 하면서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아 금융당국이 뒤늦게 조사와 제재에 뛰어든 측면이 크다면 김준기 회장은 급작스럽게 제재 사실이 알려진 경우다.
김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 의뢰가 결정된 날은 증권선물위원회가 열린 날(5월18일)이었는데 이같은 계획은 이전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재계 일부에서도 차명계좌가 문제가 된 또다른 사례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경우 경고조치로 끝난 만큼(차명주식 규모는 이 회장이 800억원대로 김 회장(매각시점 7억원 상당)보다 월등히 많다) 의외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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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쪽에서는 “김 회장이 동부그룹을 살리기 위해 개인 재산까지 내놓았는데 몇 억원 손실을 줄이려고 주식을 팔았다는게 말이 되느냐”고 항변한다. 실제로 김 회장은 차명주식을 매각한 한달 뒤에 동부건설 회사채 859억원 어치를 상환하는데 앞장서기도 했다. 회사가 흔들릴 줄 알았는데 주식은 팔고 회사채는 오히려 갚아준 것이다. 더군다나 1.24%의 건설 지분을 판 뒤에도 여전히 24%의 보유지분이 남아있었다. 2억여원이 아닌 지분 전체 매각으로 갔다면 50억원 손실을 피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일부에서는 금융당국이 대기업 총수의 부적절한 주식매매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아무튼 잘못은 잘못 아니냐는 것. 하지만 금융당국이 제재 대상자가 재수가 없어 걸렸다라던지 기계적 균형을 의식한 행보라는 의심이 분출하면 여론이라는 가장 큰 우군을 잃게 된다.
물론 총수들도 억울함만을 주장하는 것만으로, 당국도 곱지 않은 시선에 불편해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세계적 골프선수 필 미켈슨은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로 약 100만달러의 부당 이익을 챙겼다가 미 연방수사국(FBI)에 적발되자 부당이익을 SEC(증권거래위원회)에 모두 반납했다고 한다. 미켈슨이 멀리건(한 번 더 볼 칠 기회를 주는 관행)이 아닌 수십타에 해당하는 사실상의 벌타를 감수한 것은 그만큼 불공정거래 판단의 잣대가 '누구도 거역할수 없을 정도로' 공정하다는 공감대 때문이라면 지나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