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펀드판매 수수료·보수로 매년 수천억 수익…메리츠 성공시 직판운용사 늘 수 있어

메리츠자산운용이 펀드 직접 판매에 나서기로 하며 은행이 주도권을 쥔 펀드 판매 시장 판도에 변화를 몰고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간 은행들의 펀드 판매는 전문성, 사후관리, 이중비용(판매수수료 및 판매보수) 등의 문제로 펀드 시장 불신을 키운 요인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자산운용은 홈페이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펀드 가입 시스템을 개발하고 3월쯤 직접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직접 판매하는 펀드에 대해서는 기존에 판매사에 내던 수수료를 없애고 판매 보수도 최저 수준으로 책정해 투자자 수익률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방침이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전용 버스로 직접 찾아가는 교육을 진행하는 동시에 오프라인 펀드 판매도 구상하고 있다.
국내에선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 2008년부터 직접판매를 시작한 바 있지만 오프라인만 가능하고 은행과 비용 차이가 없어 활성화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전국 지점망을 바탕으로 강력한 판매력을 지닌 은행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된 마케팅이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은행들은 펀드 판매가 매년 수 천억원 규모를 가져다주는 수익원으로 자리잡아 운용사들의 직접 판매가 불편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기준 공모펀드 판매잔고는 KB국민은행이 15조3275억원으로 전 판매사 중 가장 많다. 이밖에 신한은행(13조6826억원), 우리은행(11조908억원), KEB하나은행(12조872억원) 등 4대 은행이 전체 판매잔고(190조1930억원)의 27%를 차지한다.
은행들은 펀드 판매시 선취수수료를 일회성으로 받고 판매보수는 매년 부과한다. 4대 은행 중에선 하나은행의 평균 판매보수가 0.653%로 가장 높고 국민(0.599%), 우리(0.567%), 신한(0.510%)은 0.5%대다. 선취수수료는 신한(0.99%), KEB하나(0.91%), 국민(0.82%), 우리(0.73%) 순이다.
선취수수료 0.8%, 판매보수 0.5%를 뗀다고 하면 4대 은행은 현재 공모펀드 잔고 기준으로 선취수수료 4175억원을 받고 판매보수로도 매년 2609억원씩을 떼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들은 메리츠운용의 펀드 규모가 크지 않아 직접판매에 나서더라도 당장 펀드 판매 수익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최근엔 온라인, 모바일 등을 통한 펀드 판매가 점점 늘고 있는데다 메리츠운용이 '존 리' 마케팅을 통해 다시 한 번 성공 사례를 남길 경우엔 직접 판매에 나서는 운용사들이 늘어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도 최근 고객 수익을 지키기 위해 목표전환형 펀드 등 다양한 형태의 펀드를 판매하고 있고 수수료 면제나 감면혜택도 주고 있다"며 "최근 투자성향별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사후관리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