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그들만의 세상-3]시총 20개 기업에 34명이 관료 및 정치권 출신…법원·검찰 출신 7명, 국세청 5명 등

사외이사 선임시 논란이 되는 문제점은 전관이다. 전직관료 출신 사외이사가 대다수 회사에 1명 이상씩 있는데, 권력기관과의 관계를 생각해 퇴직 관료들의 임금을 챙겨주는 행위가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19일 머니투데이가 시가총액 20위 기업의 현직 및 신임 사외이사 후보 109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34명이 관료 및 정치권 출신이다. 기업당 최소 1명 이상의 전관이 사외이사로 근무하고 있다는 얘기다.
법원·검찰 출신이 8명으로 가장 많았고 국세청 출신이 5명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청와대 비서관 출신 등이 뒤를 이었다. 전직 국회의원도 3명으로 집계됐다.
시총 20위 기업 중 전관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LG화학(314,000원 ▼4,000 -1.26%)(75%)이다. LG화학은 임기가 남아있는 3명의 사외이사 중 2명이 공정위, 검찰 출신이고 신임 사외이사 후보자는 국세청 출신이다.
신한지주는 박병대 전 대법관을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는데,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12기 동기다. 주주총회를 끝낸 POSCO는 신임 사외이사로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 박병원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선임했다. 김 전 장관은 참여정부 출신으로 문재인 캠프에서 경제자문을 맡았던 인물이다. 박 전 회장 역시 청와대 경제정책수석, 재정경제부 차관을 지냈다.
KB금융지주는 선우석호 서울대 객원교수, 최명희 내부통제평가원 부원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선우씨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기고 동문으로 논문을 공동 집필하는 등 인연이 깊다. 최씨도 장 실장과 경기고 동문이고, 참여정부 때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장을 역임했다.
관가 및 정치권 출신 사외이사에 대한 시각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사외이사에게는 경영진이 주요한 의사 결정을 할 때 조언을 할 수 있는 전문성이 요구되는데, 관 출신 인사들은 이런 면에서 한계가 명확하다는 시선 때문이다. 대다수 의안에 주주권익 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찬성표만 던지고 수천만원의 연봉만 챙겨간다는 오명이 따라붙는 이유다.
최근 의결권 자문사들은 전관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의견을 던지고 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현대모비스의 사외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린 이병주 전 공정위 상임위원에 대해 "2014년 현대차그룹의 한전부지 매입과 관련, 현대모비스 이사회에서 일체의 권한을 대표에게 일임해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며 재선임을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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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재계는 관출신 사외이사들의 역할이 있다고 말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에 현대차 그룹이 공정위 출신 사외이사를 많이 골랐는데 이는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관과 소통하기 위해 이들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도 "이사회 구성이 너무 한쪽으로만 기울지 않을 경우 전관도 사외이사로서 전문성을 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관 출신 사외이사의 인맥에 기대는 것 자체가 국내 기업의 신뢰를 깎아먹는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관에서 직접 퇴직할 관료들이 어느 회사 사외이사로 갈 것인지 여부를 챙긴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대법관이나 검사장이 로펌 자문을 다 따로 받는 일반 회사의 사외이사로 가서 무슨 일을 하는지 의문"이라며 "기업이 전관의 로비력에 기대는 모양새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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