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흔드는 벤처펀드]①두달 만에 2.7조 유입…공모·메자닌서 부작용 속출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며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코스닥벤처펀드가 오히려 자본시장을 왜곡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을 노리는 벤처기업 공모주 경쟁률과 공모가가 치솟고 메자닌(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 금리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 4월 출범한 코스닥벤처펀드는 코스닥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코스닥에 돈이 돌면 스타트업·벤처가 살아나고 이를 통해 2030대 청년 일자리 창출과 신성장동력 육성이라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이를 위해 펀드에 코스닥 공모주 물량의 30% 우선배정, 소득공제 등의 혜택을 제공했다. 코스닥 시장의 변동성이 워낙 커서 당근을 주지 않으면 기관 투자를 유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 '특혜’가 시장 왜곡을 초래했다. 고수익을 기대하고 불과 한 달여 만에 약 2조7000억원이 펀드로 유입됐다. 펀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장 기업 공모주 △CB(전환사채) 등 메자닌에 투자해야 하는데 3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소화할 만한 물량을 찾기가 어렵고, 그러다 보니 말도 안되는 출혈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자금 빨아들이는 괴물펀드…뒤틀린 공모시장·메자닌 =코스닥벤처펀드의 시장왜곡은 공모주 시장에서 두드러진다. 코스닥벤처펀드가 공모주 시장의 수급균형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지난달 펀드 출시 이후 코스닥에 상장했거나 상장을 진행 중인 4개사(제노레이, 세종메디칼, 현대사료, 파워넷)의 수요예측 평균 경쟁률은 793대 1에 달한다. 지난해 평균 경쟁률 351대1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공모물량을 배정받기 위한 수요가 몰리면서 청약 가격을 제시하지 않는 '묻지마 주문'이 급증했다. 수요예측에서 가격이 얼마든 청약하겠다는 '가격 미제시' 물량이 최고 21.9%를 기록했다. 펀드가 출범하기 전인 3월까지 코스닥에 상장한 14개 기업 중 가격 미제시 비중이 10%를 넘는 사례가 2곳에 불과했다
코스닥벤처펀드 영향으로 메자닌 투자 수요가 폭증하며 무이자에 리픽싱(전환가액재조정) 80% 등 발행회사에 유리한 조건의 자금조달도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적자기업들이 이자도 한 푼 주지 않는 조건으로 수 백 억원대 CB를 마구 발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투자처를 찾지 못한 코스닥벤처펀드 운용사들이 꺼림칙한 CB를 받으려고 경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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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증권사 IB(투자은행) 관계자는 "실적이나 재무건전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기업들이 제로금리 메자닌을 발행하고 있다"며 "천문학적인 자금을 빨아들인 코스닥벤처펀드의 등장이 만든 현상"이라고 말했다.

기업공개 청약 경쟁률이 폭등하면서 공모주 가격이 기업가치보다 과도하게 책정될 가능성이 있다. 기관이 끌어올린 공모주를 시장에서 매도할 경우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떠안을 수 있다.
코스닥벤처펀드가 눈먼 돈으로 인식되면서 일부 부실 코스닥 기업이 CB를 남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계에 몰린 기업이 청산되지 않고 ‘좀비 기업’으로 연명, 코스닥의 물을 흐릴수 있다.
코스닥벤처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이 펀드는 공모주나 메자닌을 의무적으로 담게 돼 있어 출혈경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코스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지 않은 채 투자만 독려하다가 시장이 급락할 경우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펀드 수탁고가 줄지 않는 이상 같은 부작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과도한 경쟁을 줄이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의 전제 조건인 CB 등 신주 인수비율 15%를 채우려고 과당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과도한 쏠림 현상을 막으려면 의무투자 비율을 1년 이내 달성하는 방식으로 기간을 정해 매수를 분산시키는 등 다양한 개선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