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증권거래세 폐지와 공정함

[기자수첩]증권거래세 폐지와 공정함

배규민 기자
2019.03.13 05:49

올해 들어 증권거래세 인하·폐지 논의가 더욱 뜨겁다. 정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자본시장 과세체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탄력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온도 차는 있다. 기획재정부는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방안은 논의 중"이지만 그 외에는 '글쎄'라는 반응을 내놓으면서 선을 긋는 모습이다.

거래세 폐지뿐 아니라 금융투자 상품 간 손익을 통해 이익을 냈을 때 세금을 내는 등 전체적인 과세 체계 손질이 필요하다. 여당의 증권거래세 폐지 속도전에 오히려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일부 있다.

국내 증권거래세는 1963년 처음 도입됐다. 1972년 자본시장 육성책의 일환으로 폐지됐으나 1979년 단기 투자가 성행하자 다시 부과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증권거래세 폐지를 두고 여러 논란이 있지만 핵심은 '공정함'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기본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느냐 여부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돈을 벌었으면 걷고, 손실을 본 투자자에게는 안 걷는 게 공정하다.

제조업으로 비유하면 주식을 팔 때마다 기계적으로 걷는 증권거래세는 자본시장에 뛰어든 투자자들에게 기계 장치를 살 때마다 돈을 내라는 의미가 된다. 적어도 기계 장치를 사서 돈을 벌었을 때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 거래세 폐지의 취지다.

정부가 거래세(농어촌특별세 포함)를 통해 벌어들이는 세수는 2017년 기준 약 6조2828억원이다. 증시 변동성과 거래량 감소로 2015년 7조2682억원, 2016년 6조9195억원에서 줄었다. 안정적으로 손쉽게 거둬들일 수 있다는 논리도 깨질 수 있다.

가까이에 있는 일본은 1988년 증권거래세율을 인하, 1989년 주식 양도세 전면과세로 체계를 바꾸고 10년에 걸쳐 거래세를 폐지했다. 1999년 증권거래세 폐지 이후 6년 만인 2005년 거래액은 60.8%(1988년 대비), 세수도 36.9%가 오히려 늘었다.

증권거래세 인하·폐지가 당장 세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조금 길게 생각할 때다. '증권거래세 폐지=세수 감소'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자본시장을 키우고 궁극적으로 국민 경제에 도움이 되는 합리적인 과세 체계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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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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