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 환율 상승…그래도 코스피 '줍줍'하는 외국인 속내는?

주가 하락, 환율 상승…그래도 코스피 '줍줍'하는 외국인 속내는?

김사무엘 기자
2023.02.17 16:34

[내일의 전략]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이 오르는데 외국인의 한국 주식 '쇼핑'은 계속된다. 신흥국과 유럽 등 미국외 지역의 경기 반등과 달러화의 추세적 하락, 미국 내 경기침체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한국으로 외국인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24.27포인트(0.98%) 하락한 2451.21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1.12% 갭하락 출발한 코스피는 장 중 보합권까지 낙폭을 줄였으나 오후들어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업종별로는 철강및금속이 1.78% 상승했고 건설업, 운수창고, 전기가스업, 기계 등은 강보합세로 마감했다. 반면 전기·전자는 1.93% 하락으로 업종 가운데 가장 낙폭이 컸다. 의약품, 의료정밀, 화학, 비금속광물 등도 1%대 약세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선 최근 많이 올랐던 종목 위주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낙폭을 키웠다. LG에너지솔루션(398,500원 ▼6,000 -1.48%)이 2.9% 떨어졌고 LG화학(304,500원 ▲2,500 +0.83%)은 3.9%, 삼성SDI(438,500원 ▼4,500 -1.02%)는 4.2% 하락했다. 코스닥에서도 최근 주가가 급등했던 에코프로(141,500원 ▼900 -0.63%)엘앤에프(166,400원 ▲4,800 +2.97%)가 각각 7.7%, 5.7% 떨어졌다.

이날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운 건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다. 전날 발표된 미국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의 전년 대비 상승률이 예상치(5.4%)보다 높은 6%를 기록하면서 다시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웠다. 에너지 가격 등을 제외한 근원 PPI 상승률도 예상치보다 높은 5.4%(전년 대비)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완화 속도가 기대했던 것보다 둔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연준(미국 연방준비제도) 위원들이 연일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을 쏟아내는 것도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다음달 열리는 FOMC(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또 다시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그동안 시장의 기대는 올해 상반기 0.25%포인트씩 두 번 정도 금리를 올린 뒤 인상을 중단하고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에 나서는 것이었다. 예상하는 최종금리 수준은 5~5.25%였다. 하지만 연준이 이번에 빅스텝에 나서고 이후에도 긴축 기조를 지속한다면 최종금리 수준은 이 보다 높아질 수 있다.

연초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기대감이 조금씩 후퇴하면서 증시 상승 동력도 점차 약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부담은 코스피 상장사들의 이익 추정치는 계속 낮아지는데 주가만 오르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은 더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현재 12개월 선행 코스피 PER(주가순이익비율)는 12.8배로 역대급 고점에 인접했다. 코스피 선행 PER가 13배를 넘은 건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7월과 코로나19 이후 유동성 장세가 펼쳐졌던 2020년8월 두 번 뿐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선행 PER가 13배 돌파를 시도하더라도 추가적인 레벨업은 어렵다"며 "지금 증시는 펀더멘털(기초체력), 유동성 모멘텀이 부재한 상황에서 오버슈팅이 전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도 급등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7원 오른 1299.5원에 마감했다. 장 중 한 때 1303.8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12월19일(1302.9원) 이후 2달만에 다시 1300원대를 넘기도 했다.

의아한 사실은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이 오르는데도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졌다는 점이다. 외국인은 이날도 코스피 시장에서 1204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달 6조4800억원을 순매수한데 이어 2월에도 이날까지 총 2조2580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달에는 주가가 오르고 환율이 떨어지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됐다고 볼 수 있지만 2월은 양상이 다소 다르다. 증시는 박스권에 머문 가운데 환율이 지난 2일 1216.40원으로 저점을 찍고 이날까지 약 2주 동안 6.84% 반등했다. 다르게 표현하면 원화가 그만큼 약해졌다는 의미다. 원화로 투자해야 하는 외국인 입장에서 환율이 오르면(원화 하락) 그만큼 환차손을 입는다. 2월 외국인 순매수는 환차손을 각오한 매수세라고 봐야 한다.

증권가에서는 크게 2가지 이유로 본다. 하나는 지금의 환율 반등은 일시적이고 추세적으로는 환율 하락, 즉 원화 강세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단기 숨고르기를 예상하지만 올해 그림은 달러 약세 및 기타 통화 강세의 구도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 약화, 디스인플레이션 지속, 금리 인상 마무리 국면 등 요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강력한 긴축 가능성이 달러 강세를 자극하지만 이전과 같은 강한 긴축은 없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빅스텝 우려가 있지만) 연준이 다시 0.5%포인트 금리인상으로 회귀하는 건 쉽지 않다"며 "이미 물가는 7개월 연속 둔화하고 있고 통화정책의 누적 긴축 효과를 보려면 시차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는 두번째 요인은 한국의 경기 회복이 미국보다 선행할 가능성이다. 코스피 지수는 2021년6월부터 조정이 시작됐는데 미국은 이보다 6개월 늦은 지난해 1월부터 본격적인 조정이 나왔다.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한국 경제의 특성상 경기 회복이 시작된다면 한국 증시가 먼저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외국인의 매수세가 반도체 업종에 몰려 있는 것도 이런 이유로 해석된다. 외국인은 이날도 삼성전자 510억원 어치를 순매수하며 9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다. 올해 들어서는 단 3거래일만 제외하고 모두 순매수다. SK하이닉스 역시 이날 347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올해 외국인이 두 종목을 순매수한 규모는 총 4조440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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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무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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